소재와 공간에 집중한 미니멀 하우스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3. 11.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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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27년 된 아파트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되고 모던한 공간을 완성한 미니멀리스트 부부의 집을 찾았다. 실험적인 시도와 개성으로 채운 193㎡(58평) 주상복합아파트는 뻔하지 않아 더 멋스럽다.

심플한 테이블과 각기 다른 디자인의 의자, 공간에 분위기를 더하는 조명 그리고 매일 사용하는 작은 소품을 넣어둘 수 있는 USM 수납장으로만 채운 거실.
처음 김재우·오승현 부부의 집 내부 인테리어 사진을 보고 눈이 간 건 주방이었다. 스테인리스 소재가 인기 마감재로 떠오르면서 아일랜드 조리대나 싱크대 상판, 수납장 등에 포인트로 활용한 건 많이 봤지만, 바닥을 제외한 공간 전체를 스테인리스로 시공한 건 처음 봤기 때문이다. 거실 창문 전체를 유리 블록으로 마무리한 것도 신선했다. 주거 공간에서 유리 블록은 창문 한쪽에 디자인 요소로만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집은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거실 창문 전체를 유리 블록으로 시공했다. 소재 선택이나 공간 활용이 예사롭지 않은 이 집의 주인이 궁금해졌다.
"저는 전직 패션 MD였어요. 지금은 케스티(kesti)라는 반려동물 식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브랜드 론칭 전에는 렌털 스튜디오를 운영하기도 했죠. 이전부터 디자인, 인테리어 분야의 다양한 레퍼런스를 볼 기회가 많았어요. 찍어낸 듯 비슷한 인테리어 이미지들을 보면서 제가 살 집은 흔하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남편이 배려해준 덕에 이번 집에서 제 취향을 맘껏 표현할 수 있었죠. 스테인리스 주방도 그래서 탄생할 수 있었어요."

김재우·오승현 부부 집의 관전 포인트는 소재에 그치지 않는다. 레이아웃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줬는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유리 가벽을 만들어 따로 마련한 미디어 룸. "거실에 TV가 있으면 습관적으로 켜게 되잖아요. TV가 켜져 있으면 보게 되니까 부부간 대화가 줄고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늘더라고요. 그래서 시공을 맡아주신 실장님께 'TV는 거실 말고 다른 곳에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죠." 부부의 집은 미디어 룸 외에도 욕실과 분리한 욕조 코너, 이전 주방 공간을 재구성해 만든 팬트리 등 다양한 레이아웃 변경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공간의 재구성

안방이었던 공간에 유리 가벽을 세우고 미디어 룸을 만들었다.
먼저 주방은 유난히 긴 아일랜드 조리대와 주방 전체를 감싸고 있는 스테인리스 소재가 이질적이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준다. "주방 공간은 거실의 일부였어요. 원래 있던 주방은 'ㄷ’ 자 구조의 평범한 곳이었는데, 주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가벽을 세우고 문을 만들어 주방 공간을 모두 팬트리로 쓸 수 있게 디자인했죠. 워낙 넓은 팬트리라 냉장고와 같은 대형 주방 가전은 물론, 자질구레한 살림살이까지 모두 숨길 수 있어 늘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하부장과 아일랜드 조리대, 벽면에 이르기까지 스테인리스로 시공한 주방. 걸레받이를 거울로 제작해 조리대가 공중에 뜬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미디어 룸을 분리하면서 거실의 기능도 다채로워졌다. 거실은 부부가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다이닝 룸이나 홈 오피스 등으로 활용된다. 미디어 룸은 거실과 붙어 있던 가장 큰 방을 활용해 만들었다. 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떼어내고, 그곳을 통해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나오도록 디자인했다. 게다가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 가벽을 설치해 공간을 완벽하게 분리했지만 시각적으로는 거실과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실에는 일부러 큰 테이블 하나만 두었어요. 테이블이 이 공간의 중심을 잡아주었으면 해서 네모나 원형 등 정형화되지 않은 가구 디자인을 골랐고, 미니멀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테이블 외에 이렇다 할 가구는 놓지 않았죠. 미디어 룸을 분리하니 생각보다 만족도가 아주 높아요. 꼭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나 영화가 있을 때만 미디어 룸에 들어가 집중해서 보고 그 외 시간은 거실에서 각자 할 일을 하거나 대화하며 보내는데, 그 덕에 남편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훨씬 늘었죠."

미니멀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디테일’

침대로만 이루어진 미니멀한 침실. 컬러가 없는 에스닉 무드의 펜던트를 천장에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김재우·오승현 부부는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주거 공간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가구로만 집을 채웠다. 그럼에도 이 집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드러낸 가구와 소품의 디테일에 공을 들였기 때문. "워낙 미니멀한 디자인의 집이다 보니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시공업체를 알아볼 때도 제작 가구의 선과 면 등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을 찾으려고 무던히 애썼죠."
욕실과 분리한 욕조 코너. 좋은 뷰를 즐기며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이동식 욕조를 두고, 그 위로 통창을 냈다.
마감재 디테일도 집의 완성도를 높였다.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조리대 하단에 설치된 걸레받이를 거울로 제작해 주방 가구와 통일감을 주는 것은 물론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인테리어는 디테일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돼요. 거실 창문에 시공한 유리 블록의 경우 육안으로는 다 같아 보이겠지만, 패턴에 따라 투과되는 빛의 모습 등에서 차이를 보이죠. 미니멀한 집은 기본 아이템에 시선이 가는 만큼 이를 연출하고 싶다면 가구와 마감재의 기본 디테일에 좀 더 공을 들이시길 권해요." 시공을 맡은 삼플러스디자인 김진영 실장의 말이다.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과 실험적인 시도가 더해져 감각적이면서 미니멀한 공간을 완성한 김재우·오승현 부부. 시각적인 만족도와 실용성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이 공간을 부부가 어떻게 가꿔나갈지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미니멀하우스 #인테리어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삼플러스디자인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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