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의 정치사기] 김명수 함참의장 후보자에게 작전지휘권 맡겨도 될까

김세희 2023. 11.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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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1636년 12월~1637년 1월)이 발발했을 무렵, 강화도 방어와 왕실 가족들의 안전을 책임지던 검찰사 김경징은 문제적 인물이었다.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태종)가 강화도를 공격하기 위해 병선을 제작하고 있는데도, 무사안일로 일관했다.

강화도로 피신한 사람들의 생사를 책임져야 할 지휘관으로서 상당히 무책임했던 셈이다.

강화도는 함락됐고, 그 곳의 백성은 학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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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정족산 사고<대한제국 시기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병자호란(1636년 12월~1637년 1월)이 발발했을 무렵, 강화도 방어와 왕실 가족들의 안전을 책임지던 검찰사 김경징은 문제적 인물이었다.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태종)가 강화도를 공격하기 위해 병선을 제작하고 있는데도, 무사안일로 일관했다. 강화도에 들어온 직후부터 매일 잔치를 열고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일이었다. 주변 육지에 있는 고을에서 곡식을 운반해 오는 데만 혈안이 돼 있었다. 강화도를 쇠처럼 단단한 성곽과 끓는 연못 같은 해자에 둘러쌓인 성, 금성탕지(金城湯池)로 여겼기 때문이다. 청나라가 조선에서 물러가길 기다리면서 섬에 박혀있을 생각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방어체제 역시 허술했다. 광성진 부근에 일부 수군만 배치하고, 다른 지역의 방어는 소홀했다. 인근인 김포조차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제대로 수집된 정보조차 없었다. 청군이 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명나라에서 귀순한 베테랑 해군 지휘관이 있던 상황도 파악하지 못했다. 강화도로 피신한 사람들의 생사를 책임져야 할 지휘관으로서 상당히 무책임했던 셈이다. 더구나 강화도는 인조가 남한산성을 나와 입도해서, 항전의 거점기지로 삼으려던 공간이었다.

김경징을 보좌해야 할 검찰부사 이민구 역시 문제가 적지 않았다. 현종개수실록에 나온 기록을 보면, "병자년 난리 때에 민구가 검찰사로서 강도를 지키면서 술에 빠져서 방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많은 적군이 갑자기 쳐들어오자 넋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나와 있다. 당대 유명한 문인으로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친우에게 보낸 편지와 시문을 통해 '자신은 책임질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의 안일한 태도가 불러온 결과는 참혹했다. 강화도는 함락됐고, 그 곳의 백성은 학살당했다. 실록에는 "섬이 온통 어육이 됐다"는 표현으로 묘사돼 있다. 왕실 가족들은 포로로 잡혀갔다. 결국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나와 항복했고, 청 황제의 앞에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3번 무릎꿇고 9번 머리를 조아리는 예법)의 예를 행했다. 이후 김경직은 사사됐고, 이민구는 유배지를 전전했다.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국방위 소속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김 후보자를 향해 질타했다. 지난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도발을 강행했을 때 골프를 치고, 지난 2년 근무시간 도중 50여차례에 걸쳐 주식을 거래했던 사실 때문이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으로 실종 수색이 벌어지던 2020년 9월 23일에도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해명도 납득이 안간다. 특히 골프논란이 그렇다. 김 후보자는 "골프장에 갈 때는 보좌관이나(보좌관에게) 금지사항이 있느냐, 아니면 문제가 있느냐를 다 체크하고 가는데…"라고 했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장성급으로서 자격이 있는 지 의심이 든다. 북한이 미사일로 국가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골프를 즐기기 위해 금지사항을 확인한다는 게 정상적인 행동인가. 병자호란이 발발했을 때의 김경징·이민구가 소환되는 이유다. '만일 김 후보자가 북한이 공격하는 지점의 방어를 맡는 장군이었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자녀의 학폭 문제도 있다. 이런 논란이 많은 인물에게 대한민국 국군의 '작전지휘관' 역할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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