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천사 만큼 감동적인 로제타 여사 이야기[함영훈의 멋·맛·쉼]
의료사역,여성의사 양성,점자책 발간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지난 2015년 9월 이화여대 목동병원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이 병원의 모체를 이끈 주역이자, 목동병원 건립에도 대를 이어 기여한, 국내 최고 서양 여성의사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의 후손들이 방문한 것이다.
로제타 여사의 후손은 유일한 증손자인 클리포드 킹과 그의 6촌 라인위버 메시나였다. 손님과 주인은 마치 한 가족 처럼 반기고 로제타 여사의 족적을 되짚으며 추모했다.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는 1890년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보구여관(保救女館)에서 의료 사역을 펼쳤고, 이화학당 학생 5명에게 의학교육을 시작해 이 중 박에스더(김점동)를 미국 유학까지 시켜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로 탄생시켰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소록도 천사’들 보다 긴 세월(43년), 로제타 여사는 한국에서 의료선교, 봉사, 여성의료분야 개척 발전, 여성인권 보호, 점자책 발간, 후진 양성, 현대적 의료체계 기반조성 지원 등 한국인에게 건강의 빛이 되었던 인물이다.
보구여관은 1892년 동대문 근처에 보구여관의 분원을 설치했으며, 1909년에는 이 자리에 현대식 최대 규모의 병원을 세웠는데 이것이 이화여대 병원의 모체가 되었다.
로제타 여사는 여성의과대학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1850년에 설립된 미국 필라델피아 드렉설 대학교 의과대학(옛 펜실베니아 여자의과대학)을 1889년 3월에 졸업한뒤 이듬해인 1890년부터 조선에서 활동했다.
메리 스크랜턴(Mary F. Scranton)이 설립한 이화여대 의료원에서 의료사역에 힘쓰고, 평양맹아학교(平壤盲啞學校)를 설립하는 등 평양에서도 많은 활약을 하였다. 국내 맹아들에게 소통의 길을 열어준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는 문화재로 등록됐다.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는 1897년 창안한 한글점자(4점식)를 사용하여 배재학당의 한글 학습서인 ‘초학언문’의 내용 일부를 수록한 교재로, 기름 먹인 두꺼운 한지에 바늘로 구멍을 내어 만들었다.
평양여맹학교 학생들의 교재로 활용되었으며, 1926년 ‘한글점자 훈맹정음’(6점식)이 박두성에 의해 창안되기 전까지 사용돼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 태동의 상징적 유물로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제타’의 삶을 우리 국민이 되새겨보는 기회, ‘ACC 국제공동 창·제작 공연-로제타’ 공연이 오는 12월 8~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한미동맹으로 만들어졌다. 세계 현대연극사에 한 획을 그은 미국 극단 ‘리빙 시어터’가 지난해 시범공연에 이어 올해 본 공연도 제작에도 참여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로제타’는 ACC가 아시아문화자원을 창작 원천으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ACC 국제공동 창·제작 공연’ 중 하나다.
공연은 그녀의 일기장을 바탕으로 세계인들이 공감할 인류애를 보여준다. 1900년대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나이, 계층, 성별, 장애 등 시대가 가졌던 차별과 선입견에 맞서며 근대 여성 교육과 의료 봉사로 전 생애를 보낸 의료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의 일대기를 조명한다.
극단 ‘리빙 시어터’ 최초의 아시아 협력 공연으로, 극단의 예술 감독 브래드 버지스와 50년 동안 같은 극단에서 활동한 토마스 워커 등 주요 인물이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리빙 시어터’의 ‘앙상블 테크닉’이 돋보인다. 전 배역이 모두 로제타라는 인물 안에 내재된 여러 가지의 자아를 연기하며 함께 노래한다.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사용되며, 시범공연에서 담지 못한 로제타의 서사들을 보다 깊이 담았다.
또 연극 ‘회란기’로 한국 연극 베스트7을 수상한 한국 대표 극단 ‘극공작소 마방진’이 협력제작으로 참여해 ‘차별에 맞선 사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심신이 피로해졌을 수능 수험생들은 반값 입장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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