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112 신고로 본 긴박했던 서현역 칼부림 '그날'
중요범죄 및 범죄예방, 인명구조 소개
“누가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도망갔어요!”
‘분당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난 8월 3일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긴급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의 목소리는 몹시 다급하고 격악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듯 했다. 신경이 곤두선 김화원 경사는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하고, 강력범죄 현행범 신속 대응 코드0 버튼을 즉각 눌렀다.
김 경사는 공포에 사로잡힌 신고자를 진정시킨 뒤 "지금 경찰이 우리의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듣고 있고 다수의 경찰차가 출동 중"이라고 안심시켰다. 다행히 신고자는 생사를 오가는 범죄현장을 목격한 후 대피 중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힌 신고자는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줬다. 김 경사는 이를 토대로 '나이 불상의 남성, 고글 착용, 식칼 소지, 삭발한 머리, 팔에 문신이 있으며 AK플라자 광장에서 건물 내 2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 다수의 피해자 발생'이라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현장경찰관에게 전파했다.
신고자가 범죄자로부터 도망친 곳은 2층 여자화장실이었다. 김 경사는 신고자에게 “화장실 문을 잠그고, 봉이나 소화기 등 무기나 방패막이를 들고 있어달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경찰이 출동해 구해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사건이 종결된 후 신고자는 무사히 구조됐다.
김 경사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발생한 가슴 아픈 사건이었지만, 일선 경찰관들의
신속하고 정확한 출동과 대처로 피해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후송하고 가해자를 빠르게 검거하여 추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김경사처럼 112 신고에 우수 대응한 사례를 모은 '2023 소리로 보는 사람들'을 16일 펴냈다.
사례집은 기민한 112 대응으로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킨 사연들이 다수 담겼다. 경찰은 △중요 범죄 해결(24편) △범죄 예방(9편) △인명구조(12편) 등 이야기를 다다.
인천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권민지 경사는 상황실 전입 2일차 야간 근무 중 가정폭력 피해자를 구조해냈다.
그는 "엄마(한테) 문자가 안 들어왔어"라는 신고를 접수받는다. 전입 후 이틀간 잘못 걸린 전화와 무응답 신고를 여러 차례 받았던 권 경사는 잘못 걸린 전화라는 생각에 "다음 전화를 받겠다"고 안내했다. 수화기 너머 신고자는 "아니···, 아니야···"라고 .
떨리는 목소리로 응답했다. 순간 권 경사는 신고자가 제대로 통화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또 "○○아빠랑 같이 있어"라는 말에 가정폭력 상황임을 눈치챘다. 권 경사는 실제 엄마와 전화 통화하는 아이처럼 신고자와 대화하며 주소지와 이름 등을 확인했다. 말로 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질문한 내용이 맞으면 휴대전화 버튼음 1번을, 아니면 2번을 누르도록 했다. 위치 추적을 통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남편이 신고자를 폭행한 사실을 확인했고 긴급 임시조치를 거부하며 경찰관을 폭행한 남편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적극적인 신고와 협조로 경찰을 도운 시민들의 활약상도 눈길을 끈다.
경남청은 2억원을 도난당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추적하던 중 용의자가 택시를 타고 이동 중인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이 아닌 척 통화하며 특정 장소에서 정차해달라고 요청했다. 택시기사의 대범함 덕분에 경찰은 용의자를 체포하고 피해품도 회수했다.
경기남부청에는 한 아주머니로부터 가방을 건네받은 남성이 수상하다는 한 시민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가 용의자를 뒤따라가며 '보이는 112'로 촬영한 덕분에 경찰은 인상착의를 파악해 현장에서 검거할 수 있었다. 이 용의자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이었다.
형사의 직감을 발휘해 마약 사건을 탐지한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외근 형사로 14년 근무한 최용랑 경위(경기북부 남양주남부서 112치안종합상황실)는 ‘어떤 남자가 중앙분리대를 넘나들며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최 경위는 전화를 받고 단순 주취자가 아닐 거라고 직감했다. 바로 ‘경찰장구를 필히 착용하고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 수갑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흉가 소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용의자가 잡히자 최 경위는 현장직원에게 “뽕이 의심되니 시약검사해 봐”라고 전달했고, 최 경위의 예상대로 용의자의 소지품에선 대마초와 마약 추정 가루가 발견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위험하고 두려운 순간 국민 곁으로 찾아가는 도움의 손길이 ‘긴급신고 112’다”라며 “한해 2000만 건의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국민이 가장 먼저 찾는 꼭 필요한 존재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더 빨리 다가가고자 하는 112 요원들의 깊은 고민과 노력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며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전국 112 요원과 현장 경찰관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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