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난 경찰차'로 무사 도착···수능날 아침 곳곳에서 열띤 응원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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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아, 별 거 아니야. 잘 갔다와. 엄마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제18시험지구 제7시험장인 개포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고희숙(47)씨는 "둘째 아이와 함께 큰 아들 배웅을 나왔다"면서 "소고기무국, 불고기, 감자조림을 도시락으로 싸줬다. 수능 마치고 나오면 고생했다고 이제 인생이 시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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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펑크난 경찰차 타고 ‘지각 질주’도
오랜만에 노마스크 수능·킬러문항 배제에 걱정도
“지원아, 별 거 아니야. 잘 갔다 와. 엄마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이화외고야, 이화여고야? 수험표 잘 확인해야 돼.”
"선배님 수능 대박 나십시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6일 아침 서울 곳곳의 고등학교 정문 앞은 수험생들과 배웅을 나온 학부모와 후배들로 가득했다. 예전처럼 요란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시험이 치러지는 만큼 응원하는 마음을 직접 전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는 이미 수험생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포옹을 하다가 눈시울을 붉히는 학생들도 여럿이었다. 한 학생은 차에서 내린 뒤 운전석을 향해 도로 위 ‘큰 절’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학부모들 역시 쉽사리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담 너머로 연신 손을 흔들거나 눈시울을 붉히며 아이들의 뒷모습을 영상으로 찍는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제18시험지구 제7시험장인 개포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고희숙(47)씨는 “둘째 아이와 함께 큰 아들을 응원해주러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소고기무국, 불고기, 감자조림을 도시락으로 싸줬다. 수능 마치고 나오면 고생했다고, 이제 인생이 시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15시험지구 제1시험장인 경복고등학교까지 배웅을 나온 학부모 박영주(58)씨는 “어제 사전답사 차원에서 미리 와봤다”면서도 혹시나 자녀가 시험에 늦을까봐 일찍 길을 나섰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은 방역 칸막이를 없애고 코로나 확진자 및 유증상자도 일반 고사장에서 함께 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4년 만의 ‘노 마스크’ 수능인데다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도 배제되는 등 여러 변화가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50대 학부모 정 모씨는 “지난 3년 동안 아이들이 준비해온 것과 다르게 시험이 진행되다 보니 실전에서 어떨지 걱정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역 기준 완화로 오랜만에 ‘수능 응원전’도 재개됐다. 이날 개포고 앞에서 목이 쉬도록 열띠게 응원 구호를 외치던 중동고등학교 재학생 배준우(18) 군은 “선배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자발적으로 나왔다”면서 “오늘만 지나면 (내가) 고3이라는 생각에 찝찝하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복고 정문 앞 역시 ‘수능 대박’ 등의 문구가 써진 플래카드를 흔드는 후배들로 북적였다.
각종 돌발 상황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입실 시간 종료를 10분 앞둔 오전 8시께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와 이화외고 앞에 멈춰 선 종로경찰서 소속 순찰차는 타이어 한 쪽이 터져 바람이 거의 빠진 상태였다. 지각 위기에 처한 수험생을 제 시간에 데려다 주기 위해 ‘세바퀴 투혼’을 펼친 것이다. 한 학부모는 “도시락 통에 숟가락을 넣어주는 걸 깜빡했다”며 학교 정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전화를 걸어 겨우 수저를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이날 수능과 관련해 수험표·신분증 전달, 수험생 태워주기, 수험생이 탑승한 택시 에스코트 등 총 214건의 편의 제공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능 시험장 인근 교통관리를 위해 총 1만 1265명의 경찰력과 순찰차 2323대, 오토바이 358대가 투입됐다.
평소 수능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해온 한 수험생이 이날 새벽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사고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50분께 경기 화성시 한 아파트 4층에서 수험생 A군이 뛰어내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A군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허리 등을 크게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오전 7시 37분 화성 병점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 B양이 경련을 일으켜 경기소방서 대원들의 현장처치를 받은 뒤 시험을 치지 않고 보호자와 귀가하는 일도 발생했다.
한편 이날 시험은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치러치며 총 50만 4588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지난해보다 3442명 줄어든 수치다. 재학생 응시자는 32만 6646명(64.7%)으로 1년 전보다 2만 3593명 줄었다. 반대로 졸업생은 1만 7439명 늘어난 15만 9742명(31.7%)이다. 검정고시생 등 기타 지원자 역시 2712명 늘어난 1만 8200명(3.6%)이다. 졸업생과 검정고시 등을 합한 지원자 비율은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재수생 증가 추세 속에 킬러문항 배제 방침으로 상위권 대학생들이 '반수'에 가세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화외고 앞에서 만난 학부모 류 모(59) 씨는 “문과를 졸업한 딸아이가 혼자서 의대 입시를 다시 준비했다”며 “올해 초 재수를 결정한 뒤 의대생 정원 확대 소식이 들려와서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년까지도 재도전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서 편한 마음으로 보고 오라고 응원했다"고 말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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