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th SRE][Best Report]“증권사, PF 손실 떠안아야 되는 구조"
증권사, 부동산PF 투자자금 회수 여력 점검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수치에 집중”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분석 방식이나 접근 방식을 조금만 비틀어서 보고서를 발간해도 시장에서 받는 관심의 양이 확 늘어날 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애널리스트로서 타성에 젖어 기존의 방식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시장 참여자들에게 도움이 될까를 계속 고민해 나가도록 하겠다.”
이예리 선임연구원은 보고서 발간 계기에 대해 “첫 번째 보고서는 부동산 경기 저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증권사의 최대 할인 분양 여력이 어느 정도 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며 “두 번째의 경우 국내와 해외 부동산 시장이 안 좋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데 왜 증권사의 자산건전성 지표에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특히 도표나 수치 등 직관적인 자료를 통해 심층적인 분석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이규희 선임연구원은 “기존의 보고서들이 지역별, 물권별 등 단순 현황 자료에 그쳤다면 이번 보고서는 ‘회수가능성’을 중점으로 뒀다”면서 “증권사가 가지고 있는 유동성 여력이 얼마나 되는가, 회수능력이나 할인분양여력은 어느 정도인가 등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수치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자료 발간 시점이 올해 초라는 점에서 시의성도 돋보인다. 이강욱 실장은 “실제로 부동산PF 익스포저 관련 손실이 발생했을 때 증권사에 영향이 얼마나 미칠지에 대해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며 “경상적으로 벌어들이는 금액에 대비해 지금 얼마만큼의 손실 처리를 할 수 있느냐를 숫자 기준으로 접근한 게 다른 보고서들과의 차별점”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원들은 고금리 장기화 등 바뀐 시장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내 부동산PF는 계속해서 만기 연장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예리 선임연구원은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부동산 경기 회복이 늦어진다면 만기 연장이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업성을 하락시킬 수 있다”면서 “내년부터 사업성이 크게 훼손된 사업장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규희 선임연구원도 “보고서 발간 시점과 지금 상황이 또 다르다”면서 “당시 사업장별 증권사 부동산PF 대출 상환 버퍼(buffer) 추정치는 34%였으나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보고서를 낸 시점은 지난 9월로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해당 자료에 관한 문의 전화가 걸려 온다고 밝혔다. 이예리 선임연구원은 “확실히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가 높다는 걸 보여준다”며 “더 책임감 있게 분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강욱 실장은 “금융시장에서 증권사의 역할은 유동성 공급자, 즉 프라임 브로커리지가 주목적이었으나 이제는 여신기관으로 바뀌어 버렸다”면서 “증권사가 손실을 떠안아야 되는 구조가 돼 버린 것에 대해 시장에서 위험성 잘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자체가 예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졌으며, 시장에서 셀다운을 통해 해결이 안 되면 증권사가 내년부터는 손실 부담을 해야되는 측면이 있다”며 “증권업종을 비롯해 각 업권별로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 진행 상황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해볼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박미경 (kong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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