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서 탈피···이재용·정의선·구광모, 경쟁 대신 맞손 잡는 이유는 [biz-플러스]
LCD서 LGD와 협력폭 더 넓히기로
中 대신 국내 기업 간 협력 관계 구축
삼성, 현대차(005380), LG(003550) 등 한때 경쟁 관계였던 국내 기업들 간 동맹이 새롭게 구축되는 양상이다. 거대 시장을 바탕으로 밀월 관계를 구축했던 중국 기업들과 기술침해 등 갈등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국내 기업 또는 우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소송전 등 갈등이 짙어지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와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에 BOE의 TV 패널 공급 비중을 크게 낮췄다. 공급 업체들 중 순위도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삼성전자는 3분기 분기 보고서에서 디바이스경험(DX)의 TV·모니터용 화면 표시 장치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패널 주요 매입처에서 BOE를 제외했다. BOE가 TV·휴대폰 등 제품의 주요 패널 매입처에서 배제된 것은 2015년 4분기 이후 7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주요 공급 업체인 BOE는 상반기까지 삼성전자 TV 패널의 10% 정도를 차지하면서 주요 패널 매입 업체 중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핵심 경쟁자이기도 한 BOE와의 관계를 중장기적으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는 특허 및 영업비밀 침해 등의 혐의로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및 모듈 기술과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업계에서는 BOE와의 갈등으로 촉발된 공급망 재편에 따라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일본 샤프, 대만 AUO 등과의 협력 비중을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출하량을 올해 900만 대에서 내년 1600만 대로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말했다.
삼성전자가 BOE와 협업 관계를 이어왔던 것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업을 철수한 LCD 때문이었다. 수익성은 낮지만 LCD TV는 여전히 글로벌 TV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CD TV 패널(65인치 4K 기준)의 가격은 지난해 9월 106달러에서 올해 9월 177달러로 1년 새 66.98%(71달러) 상승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LED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지만 여전히 LCD TV의 비중이 높아 이를 외면할 수 없다 보니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온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 침해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강력한 법정 대응 방침을 정하면서 삼성전자와 BOE 간 관계는 사실상 단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위기다. TV 패널에 앞서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스마트폰 패널 협업은 이미 중단한 상태다.
중국에 대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한때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에 의존했던 기업들은 관계를 서서히 재편해 나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제조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새로운 동맹 관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TV·가전, 디스플레이 등에서 경쟁해 왔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조심스럽게 협업 관계 재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중국에서 여전히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물량 증대에 대비해 공장 가동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OLED 패널에서의 협력도 이를 계기로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LG디스플레이는 대형 분야의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유비리서치는 내년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 패널을 최소 약 10만 대 구매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완성차 시장에서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구축을 바라는 현대차가 더해지면서 국내 대표 기업들 간 협업 사례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각 그룹의 선대회장 시절 경쟁 구도가 이재용 삼성전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3세 경영인으로 넘어오면서 확연히 다른 색깔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I는 현대차가 2026년부터 7년 동안 유럽에서 생산할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액수로는 5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2020년 5월 삼성SDI 천안 사업장을 찾은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하면서 새로운 관계 구축을 알리기도 했다.
LG 또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현대차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구 회장과 정 회장은 2020년 6월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만나 협업 확대를 논의한 바 있다. 최근에는 LG전자가 현대차의 제네시스 신모델에 차량용 웹OS 콘텐츠 플랫폼을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협업뿐 아니라 실무적 차원에서는 각 기업 간 협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며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이 같은 흐름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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