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희망은 없다 ‘하이쿠키’[봤다 OTT]
처음에는 환희를 다루는 판타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연 작품은 지독한 ‘디스토피아’를 다룬 판타지였으며 희망은 어디에도 없었다. 배경이 되는 학교에도, 심지어 그 밖에도.
유플러스 모바일TV 오리지널로 공개 중인 드라마 ‘하이쿠키’는 매주 월~목요일 자정에 유플러스 모바일TV에서 공개되고, 그 주 목요일 4회차씩 넷플릭스에 공개 중이다. 1시간짜리 10부작이지만 넷플릭스에서는 30분씩 잘라 총 20부작이 됐다. 16일 12회까지 공개됐다.
드라마는 정한고등학교라는 자립형 사립고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한 입만 베어 물기만 해도 소원을 이뤄주는 수제 쿠키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이 쿠키는 효능은 알려졌지만, 왜 만들었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한 입을 먹으면 집중력을 올려준다. 공부에 예민한 학생들에게 제격이다. 두 입 이상을 먹으면 자신의 꿈이 이뤄진 듯한 환상을 보인다. 하지만 두 개를 한꺼번에 삼키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에도 집중력과 환상을 보기 위한 수요가 넘친다. 개당 300만원인 쿠키 하나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송민엽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집중한 것은 이 쿠키가 보여주는 환상이 아니다. 환상으로 가기까지 아니면 환상을 빠져나온 후 더욱 남루해지고 처절해지는 우리의 현실이다. 극 중 주인공인 최수영(남지현), 최민영(정다빈) 자매는 둘만 지내지만 사회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아버지는 이들을 학대했으며, 경찰은 간절한 구원의 외침에도 이들을 외면했다. 최민영은 “3분만 기다리면 출동한다고 했다”며 학대를 견뎠지만 결국 얼굴에 지우지 못할 상처를 안는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의자에 등수를 새겨넣고 경쟁만 강요할 뿐 학생들의 마음을 감싸주지 않는다.
최수영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지만, 동료들은 이기적이고, 상사는 그를 놓고 음흉한 생각을 품는다. 학교에 잠입한 형사로 밝혀진 입시컨설턴트 유성필(김무열) 역시 다른 생각이 있는 듯하고, 학교전담경찰관 역시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 학교는 철저한 정글이 된다. 상위권 학생들은 성적을 위해 동급생을 죽이는 상상을 개의치 않고, 하위권 학생들은 힘을 앞세워 서열을 세운다. 결국 언니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학교에 돌아오지만, 그 방식은 해결이 아닌 쿠키 판매로 가해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다.
이렇게 기가 막힌 상황을 다루는 작품은 비단 ‘하이쿠키’뿐만이 아니다. 최근 OTT를 중심으로 학원물이 번성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해 ‘방과 후 전쟁활동’ ‘약한영웅’ 등의 시리즈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약육강식의 사회 논리가 축약된 모습뿐이다. 그 안에서는 친구들간의 우정 등 심정적인 위로의 방법 외에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하이쿠키’는 현실이 비루하기에 환상은 더욱 찬란하고, 인간 군상들이 거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든다. 물론 보는 일도 힘들지만, 시청을 마치고 현실을 돌아보는 일이 더욱 답답해지고 만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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