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원하면 험지도 갈 것” 검사내전 김웅의 일갈 [금배지 원정대]
송파갑 김웅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유승민 품으면
여당, 130석도 가능할 것
난 이준석 신당 안 간다”
국민경선 100% 공천하고
유승민에 수도권 맡겨야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원래 조용한 성격에 주목받는 걸 진짜 싫어한단다. 어느 자리에서건 사진 찍을 때 앞에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 상황을 보니 ‘해도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바른말을 하다 보니 당내에서 대표적인 ‘모난돌’이 된 상황.
“인생을 돌이켜보면 확실히 그런 경향성은 있었던 것 같아요.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절대 못 받아들이는 그런 성향.” 김웅 국민의힘 의원 이야기다.
지난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의원은 2000년 사법연수원 29기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연수원 동기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신봉수 수원지검장, 양석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등 검찰 내에서도 뛰어난 인재들이 포진한 ‘올스타 기수’로 불린다. 이 중에서도 초반 7~8년 가장 잘 나갔던 건 김 의원이었다고 한다.
다수의 승진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법무부에서 일하던 중 상관을 들이받은 뒤 10년 간은 ‘꼴찌’로 밀려났다. 이후에도 대검찰청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하며 “검찰개혁이라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다 2019년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되기도 했다.
절치부심하던 시기인 2018년 초 출간한 저서 ‘검사내전’은 검사가 쓴 책으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정치권에서도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김 의원은 소신을 내세우는 본인의 습관에 대해 “별로 후회가 없다. 잠깐 소신을 접고 다른 길을 걸었어도 결국엔 비슷하게 갔을 것”이라며 “결국 사람들은 옳은 말에 수긍한다고 본다. 옳은 소리를 하면 거북할 수밖에 없다. 옳은 소리도 하면서 듣는 사람 귀에도 들리기 좋게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지역구 어디든 국민 경선 100%로 후보를 뽑자”며 “누구의 개입도 없이 가장 공정하게 국민 경선으로 뽑으면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여당이 김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대하는 모순적 태도부터 고쳐야 이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이 두 사람은 당에 해로운 존재이기에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꿔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라며 “마치 학교폭력 가해자가 ‘없었던 일로 하고 지금부터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거랑 똑같은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험지 출마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는 말에 김 의원은 웃으며 “해야 한다. 나는 용산(대통령실)에 잘 보일 의지도, 그럴 능력도 없는 사람이다. 정치인이 공천에 얽매이고 목숨 걸면 세상에서 제일 추잡한 직업인이 된다. 그냥 하던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연말 혹은 내년 초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준석 신당’ 합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내가 2021년도에 당 대표가 되겠다고 출마했던 사람인데, 이제 공천이 어려워지고 ‘윤핵관’이 설친다고 해서 당을 버리고 나갈 거였으면 당대표 선거에 나가지도 않았다”며 “죽으나 사나 이 당을 바꾸려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여기까지 보수·진보 표심이 백중세고, 잠실4동의 파크리오 아파트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선 여기서 2000여 표 차이로 이기면서 당선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역구 내 성과로는 지지자 모임 산악회와 동별 홍보팀을 해체하는 등 정치문화를 개선한 점을 꼽았다. 다른 정치인들이 지역구 숙원사업 등을 첫 손에 꼽는 것과 대조되는 답변이었다. 김 의원은 “산악회 모임이 ‘돈 드는 정치’의 대표격”이라며 “버스 대절 등 모임에 드는 비용을 누군가 부담해주면 지역구 정치인이 이권을 주는 구조인데 이게 ‘구태정치의 시작이구나’ 싶어서 없애버렸다”고 설명했다. 동별 홍보팀에 대해서도 “대부분 정치인들이 각 동별로 한두 명의 홍보팀원을 두고, 단체 카톡방을 파서 의원 홍보에 나서는데 그것도 다 없앴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원들에게 인기있는 정치인 축에 끼진 못한다. 그도 순순히 인정하는 부분이다. 임기가 다 끝나가는 21대 국회지만 요즘도 종종 김 의원에게 “나는 네가 완전 미친 X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는 의원들이 있다고 한다. ‘너무 꼿꼿하게 처신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정치가 원래 그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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