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원하면 험지도 갈 것” 검사내전 김웅의 일갈 [금배지 원정대]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배명현 2023. 11. 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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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원정대-4]
송파갑 김웅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유승민 품으면
여당, 130석도 가능할 것
난 이준석 신당 안 간다”
국민경선 100% 공천하고
유승민에 수도권 맡겨야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내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Q. 김웅에게 금배지란? 국민을 잊지 말라는 징표. 금배지에 눈이 멀어서 국민을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초심을 다지게 하는 것.
Q. 김웅에게 정치란? 세상을 바꿀수 있는 영향력 있는 도구로 국민에게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일.

원래 조용한 성격에 주목받는 걸 진짜 싫어한단다. 어느 자리에서건 사진 찍을 때 앞에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 상황을 보니 ‘해도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바른말을 하다 보니 당내에서 대표적인 ‘모난돌’이 된 상황.

“인생을 돌이켜보면 확실히 그런 경향성은 있었던 것 같아요.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절대 못 받아들이는 그런 성향.” 김웅 국민의힘 의원 이야기다.

지난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의원은 2000년 사법연수원 29기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연수원 동기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신봉수 수원지검장, 양석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등 검찰 내에서도 뛰어난 인재들이 포진한 ‘올스타 기수’로 불린다. 이 중에서도 초반 7~8년 가장 잘 나갔던 건 김 의원이었다고 한다.

다수의 승진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법무부에서 일하던 중 상관을 들이받은 뒤 10년 간은 ‘꼴찌’로 밀려났다. 이후에도 대검찰청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하며 “검찰개혁이라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다 2019년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되기도 했다.

절치부심하던 시기인 2018년 초 출간한 저서 ‘검사내전’은 검사가 쓴 책으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정치권에서도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김 의원은 소신을 내세우는 본인의 습관에 대해 “별로 후회가 없다. 잠깐 소신을 접고 다른 길을 걸었어도 결국엔 비슷하게 갔을 것”이라며 “결국 사람들은 옳은 말에 수긍한다고 본다. 옳은 소리를 하면 거북할 수밖에 없다. 옳은 소리도 하면서 듣는 사람 귀에도 들리기 좋게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모난 검사’에서 ‘모난 정치인’으로
김웅 의원(가운데)이 지난 2020년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영입행사에서 입당원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0년 2월,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통과된 직후 사표를 낸 김 의원에게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왔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1호 인재로 영입된 지 2개월여 만인 그 해 4월 21대 총선에 뛰어들어 서울시 송파구 갑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모난돌 검사’가 ‘모난돌 의원’이 되는 순간이었다.
서울 송파갑 선거 결과
김 의원은 요즘도 당내 친윤 인사들을 비판하는 등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현 정부들어 외곽으로 밀려난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돌아와야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민의힘의 쇄신 움직임에 대해 “임명직 당직자 몇 명만 사표를 쓰고, 그 중 일부는 더 잘 돼 국민들한테 당혹감을 줬다”며 “아직 반성하는 모습이라는 게 없고 혁신을 보여준 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준석·유승민 품으면 130석 가능”
김 의원은 “수도권 선거를 유 전 의원에게 맡기고, 이 전 대표에게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동시에 비례대표 16번 정도를 준 뒤 전국을 돌아다니게 하면 총선에서 130석까지 얻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최대 과제가 ‘수도권·중도·청년층의 표심을 어떻게 얻느냐’인 가운데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의 마음을 돌려 이같은 과제를 맡기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지역구 어디든 국민 경선 100%로 후보를 뽑자”며 “누구의 개입도 없이 가장 공정하게 국민 경선으로 뽑으면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여당이 김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대하는 모순적 태도부터 고쳐야 이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이 두 사람은 당에 해로운 존재이기에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꿔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라며 “마치 학교폭력 가해자가 ‘없었던 일로 하고 지금부터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거랑 똑같은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험지 출마도 감수... ‘이준석 신당’은 안 간다”
‘이번 총선에도 송파구 갑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나처럼 송파구 갑 같은 데 먼저 공천을 받은 혜택이 있는 사람은 당에서 ‘희생하라’고 하면 희생해야 한다”는 게 그의 답이었다.

‘험지 출마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는 말에 김 의원은 웃으며 “해야 한다. 나는 용산(대통령실)에 잘 보일 의지도, 그럴 능력도 없는 사람이다. 정치인이 공천에 얽매이고 목숨 걸면 세상에서 제일 추잡한 직업인이 된다. 그냥 하던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연말 혹은 내년 초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준석 신당’ 합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내가 2021년도에 당 대표가 되겠다고 출마했던 사람인데, 이제 공천이 어려워지고 ‘윤핵관’이 설친다고 해서 당을 버리고 나갈 거였으면 당대표 선거에 나가지도 않았다”며 “죽으나 사나 이 당을 바꾸려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구 ‘산악회·홍보팀’ 없앤 게 보람”
‘험지 출마’도 각오하겠다는 김 의원이지만 정작 본인 지역구인 송파구 갑도 “더 이상 보수에게 편한 지역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방이동·송파동·풍납동 등은 진보세가 강하고, 장미아파트·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재건축 이슈가 있는 잠실6동과 오륜동 등은 보수 지지세가 강하다.

김 의원은 “여기까지 보수·진보 표심이 백중세고, 잠실4동의 파크리오 아파트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선 여기서 2000여 표 차이로 이기면서 당선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역구 내 성과로는 지지자 모임 산악회와 동별 홍보팀을 해체하는 등 정치문화를 개선한 점을 꼽았다. 다른 정치인들이 지역구 숙원사업 등을 첫 손에 꼽는 것과 대조되는 답변이었다. 김 의원은 “산악회 모임이 ‘돈 드는 정치’의 대표격”이라며 “버스 대절 등 모임에 드는 비용을 누군가 부담해주면 지역구 정치인이 이권을 주는 구조인데 이게 ‘구태정치의 시작이구나’ 싶어서 없애버렸다”고 설명했다. 동별 홍보팀에 대해서도 “대부분 정치인들이 각 동별로 한두 명의 홍보팀원을 두고, 단체 카톡방을 파서 의원 홍보에 나서는데 그것도 다 없앴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원들에게 인기있는 정치인 축에 끼진 못한다. 그도 순순히 인정하는 부분이다. 임기가 다 끝나가는 21대 국회지만 요즘도 종종 김 의원에게 “나는 네가 완전 미친 X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는 의원들이 있다고 한다. ‘너무 꼿꼿하게 처신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정치가 원래 그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하는 겁니다.”

‘금배지 원정대’는 내년 4월 총선에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인을 소개하고, 해당 지역구를 분석해보는 매일경제신문 정치부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절대 반지’를 찾아 떠난 반지 원정대처럼, 현역 의원은 물론 정치 신인까지 집중 추적해 유권자 여러분의 선택을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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