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두려워 휴직합니다"…E는 이해 못 하는 I의 '공포증' 뭐길래
MBTI 검사 결과에 따라 많은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내향(I·Introversion)과 외향(E·Extroversion) 그룹으로 가려낸다. 실제로 I 유형처럼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자기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 문제 될 수 있다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예컨대 남들 앞에서 책을 읽을 때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게 싫어 학교를 자주 결석하는 경우, 지하철·버스에서 타인 시선이 의식돼 외출을 피하는 행동이 반복되는 경우다. 이를 정신건강의학과에선 '사회공포증'이라고 부른다. 사회공포증은 적절한 관리·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이런 사회공포증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회공포증으로 생활에 피해를 받는 사람은 적어도 100명 중 2~3명에 달한다. 병원을 찾는 사회공포증 환자 4명 중 3명은 휴학·휴직을 고려한다. 실제로 3분의 1가량은 휴학·휴직을 한 경험이 있다. 약 10%에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고, 약 5%에서 사회생활을 아예 못한다.
환자들은 이 같은 증상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며 당황해서 숨기려다 보니 긴장은 더욱 고조돼 심할 경우 공황 발작까지 경험하게 된다.
학교나 직장에서 긴장이 연속돼 손이 떨리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까 봐 두렵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시선을 어디에 둘까 몰라 생활이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저녁엔 기진맥진해 잠잘 때만 편안하다고 느낀다. 환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부닥치기 전부터 미리 불안해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피하려 한다.
사회공포증의 주요 증상은 크게 자율 신경계의 증상이 주를 이루는 적면(얼굴 붉어짐) 그룹, 자기의 시선을 처리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시선 그룹에 따라 다르다. 적면 그룹의 증상은 대인 긴장, 적면, 손 떨림, 목소리 떨림, 연하 곤란 등이 있고, 시선 그룹의 증상은 자기 시선공포, 타인 시선공포, 정시 곤란(똑바로 바라보지 못함)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사회공포증 치료는 주로 환자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향적 성격을 스스로 편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사람의 평가를 중요시 하는 외향적인 사람과 달리 내향적인 사람은 적은 수의 친구를 깊이 사귀고, 세상사 다양한 정보를 모으기 좋아한다. 음악·영화를 선택할 때도 남들의 평가보다는 나만의 느낌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여러 사람 앞에서 더 수줍음을 타고 당황하고 긴장을 느낀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업가·정치가·연예인 등에 적합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철학자·종교가·예술가 등에 적합하다.
환경적인 영향으로는 부모의 태도가 거절 적이거나 지나치게 과잉보호 적인 경우가 많다. 거절적이란 비판적이며 사랑이 부족한 경우로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라게 되면 대인 관계에서 늘 긴장하고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이 잘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성격이 생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경세 교수는 "유발 원인으로는 과거에 얼굴이 빨개졌거나 말을 더듬는 등 큰 창피를 당했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발생 원인이 다양한 만큼 그에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아서 증상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예기불안은 그 정도를 훨씬 벗어나 있다. 그들은 이미 벌어질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있으므로 자기최면에 사로잡혀 모든 증상이 나타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나경세 교수는 "사람의 마음은 흔히 역설적으로 움직인다. 긴장하면 안 된다는 마음의 바램은 긴장을 부른다"며 "환자는 이러한 예기불안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예기불안의 강도를 줄이고 유용한 정도의 강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내향적인 성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회공포증이 빈발하는 10~20대에는 외향적인 성격들이 적응을 잘한다. 이에 내향적인 아이들은 열등감을 심하게 느낀다. 하지만 이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은 상호 보완적으로 공존하며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내향적인 성격이 열등한 것이 아니듯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수치스러운 게 아니다.
조성진 교수는 "이외에도 자신의 단점에 당당히 맞서는 역설적 의도,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도록 하는 인지 교정 훈련 그리고 상황에 따라 약물치료를 통해 환자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며 "걱정 많은 성격, 내향적 성격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교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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