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싱가포르 손쉬운 요리법 '빠른 선제-추가골', 나란히 3골 손흥민-이강인 기대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지만, 대략의 그림이 그려지는 경기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주장하는 '자율 축구'는 어떤 내용과 결과물을 만들까.
축구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1차전 싱가포르전을 갖는다. 1년 전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기운을 안고 클린스만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해 8경기를 가졌고 3승2무2패, 15득점 6실점을 기록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가장 많은 3골씩을 기록했고 황의조(노리치시티)가 2골을 맛봤다.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조규성(미트윌란), 황희찬(울버햄턴)이 각각 1골씩 터뜨렸다. 상대 자책골은 2골(튀니지, 베트남전)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A매치 명단과 비교해 거의 달라지지 않게 구성했다. 다분히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조직력 향상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23명 전체의 컨디션은 좋지만, 개별로 놓고 보면 다른 것도 사실이다. 유럽파는 시차와 날씨 적응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또, 혹사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김민재처럼 시즌 개막 후 사나흘 간격으로 경기에 나서 피로가 상당히 쌓여 '시한폭탄' 느낌의 자원도 있다.
골키퍼 3명을 뺀 2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 국내파는 총 8명이다. 공격에 문선민(전북 현대) 한 명을 빼면 모두 수비에 몰려 있다. 김영권, 김태환, 설영우, 정승현(이상 울산 현대), 이기제(수원 삼성), 김진수(전북 현대), 이순민(광주FC)까지 7명이다. 이기제와 이순민을 뺀 6명은 K리그-FA컵-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 태국과 말레이시아 원정까지 오가며 김민재 못지않은 체력 소모도 있었다. 문선민, 김진수는 팀 경기력 부진으로 정신적 피로까지 장착하며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에 밀리는 싱가포르는 '선 후비 후 역습'과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를 활용하는 뻔한 대응법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결국, 클린스만호 스스로 얼마나 지혜롭게 경기를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전 사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라이온시티-전북 현대의 ACL 조별리그 4차전(라이온시티 2-0 승) 현장 관전 경험을 예로 들며 "싱가포르가 절대 약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싱가포르에 가서 프로팀 경기를 직접 관전했고 한국 강팀을 꺾는 것을 봤다. 대표팀에 주는 경고라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당연히 이기겠다는 생각이 아닌 진지하게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세트피스나 역습으로 득점할 수 있는 팀이다.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진중하게 나설 것이다"라며 매의 눈으로 싱가포르를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싱가포르의 수비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이른 시간 득점이 중요하다. 클린스만 출점 후 가장 빠른 득점은 10월 베트남전이었다. 전반 5분 만에 김민재의 선제골이 터졌다. 이후 26분 황희찬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6-0 대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물론 골을 빨리 넣는다고 승리가 다 따르지는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가장 만족스러운 경기력으로 꼽았던 데뷔전 콜롬비아전은 전반 10분 손흥민의 선제골로 주도권을 잡았고 추가시간 추가골로 2-0으로 앞섰지만, 후반 초반에 수비 집중력을 유지 못 하면서 내리 두 골을 내줘 2-2로 비겼다.
그래도 선제골을 얼마나 빨리 넣고 다음 골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느냐에 따라 경기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튀니지전도 전반은 무득점으로 끝났지만, 후반 공격 2선이 계속 자리를 바꿨고 10분 이강인의 골로 중심을 잡았다. 2분 뒤 이강인이 현란한 개인기로 추가골을 완성하면서 경기를 비교적 쉽게 풀어냈다.
김민재 등 수비진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풀어 주려면 공격진에서 해결을 확실하게 해주던가 세트피스에서 득점으로 여유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표팀에서 중앙 수비수는 3명이 전부다. 복수 선발이 아니다. 박지수(우한 싼전)는 6월 이후 뽑히지 않고 있다.
"1-0 승리보다는 4-3 승리가 더 좋다"라며 부임 당시 공격 지향의 축구를 예고했던 클린스만이다. 광주FC에서 중앙 미드필더지만, 경우에 따라 중앙 수비까지도 내려서는 이순민처럼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자원으로 대체하고 최전방 공격수를 더 뽑았다는 것이 클린스만의 논리다. 최전방 공격수인 황의조, 조규성, 오현규(셀틱)가 함께 부름을 받은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골이 필요하지만, 상대가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면 득점이 어렵다는 것을 9월 웨일스, 사우디전에서 보여줬던 클린스만호다. 웨일스에 0-0 무승부, 사우디에 전반 32분 조규성의 헤더골로 1-0 신승을 거뒀던 경험이 생생하다.
"선수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방심하지 않고 진중하게 나서는 게 중요하다. 경기 초반에 기회를 빨리 만들어서 경기를 빠르게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라는 클린스만 감독의 구상이 분명하게 맞아떨어져야 하는 싱가포르전이다. 빠른 득점과 대승이 오는 21일 중국전까지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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