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전? 원가 하락?…라면 3사, 실적 고공행진 '찐' 이유는
라면업체 "해외 시장 선전이 큰 이유"
원가율은 2019년 수준으로 떨어져
라면 3사가 3분기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배 이상 늘었고 매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해외 시장에서 K-라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더불어 신제품의 선전, 가격인상 효과, 원가 절감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빅3, 나란히 깜짝 실적
16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3분기에 매출 8559억원, 영업이익 5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5.3% 늘었고 영업이익은 104%나 급증했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법인에서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K-라면 트렌드가 이어진 데 따른 호실적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먹태깡과 신라면 더레드 등 신제품이 성장을 견인했다. 먹태깡은 출시되자마자 품귀 현상을 빚으며 '웃돈 거래'까지 발생하는 신드롬을 일으켰고 신라면 더레드도 한정판 500만개가 순식간에 팔려나가며 정식 출시 절차를 밟았다.
경쟁사들도 농심 못지 않은 호실적을 냈다. 삼양식품은 매출 3352억원, 영업이익 43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58.5%, 124.9% 급증한 수치다. 삼양식품의 분기 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양식품 역시 해외에서의 선전이 호실적의 밑바탕이 됐다. 전체 매출의 70%가 넘는 2398억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해외사업 분기 매출이 2000억원을 돌파한 것도 사상 최초다.
#{오뚜기]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9087억원, 영업이익은 87.8% 증가한 83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오뚜기의 경우 매출 비중이 30% 수준인 라면보다는 케첩과 마요네즈, 가정간편식(HMR) 등이 잘 팔린 영향이 컸다.
K-라면 효과
업계에서는 3분기 호실적의 가장 큰 요인으로 해외 시장의 성장을 꼽았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7% 늘어난 6억9731만 달러(약 907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수출이 확실시된다.
K-드라마, K-팝 등 한국산 콘텐츠의 인기가 확산되며 콘텐츠에 자주 노출되는 한국 라면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K-라면 수출의 신호탄이 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경우 유명 유튜버를 중심으로 '불닭 챌린지'가 유행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미국에서 이슈가 됐던 농심의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도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며 관심을 끌었고 삼양라면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통해 해외에서의 인지도를 넓혔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에 라면 업체들도 '현지화'에 나서고 있다. 농심은 미국 LA에 2개 공장을 세운 데 이어 2025년에는 3공장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밀양에 수출용 공장을 세운 데 이어 2025년 2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원가율 정상화했는데
이들의 실적을 '그저 열심히 한 결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시선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비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밀 가격 급등을 이유로 수 차례 가격 인상에 나섰던 라면업계가 원가 안정화로 수익성을 개선한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3분기 농심의 원가율은 69.4%로 70%를 밑돌았다. 지난해 3분기 72.7%보다 3.3%포인트나 낮췄다. 오뚜기 역시 같은 기간 원가율이 85.8%에서 81.9%로 개선됐고 삼양식품도 71.9%에서 65.1%로 6.8%포인트나 낮아졌다.
단순히 지난해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보기도 어렵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농심의 원가율은 올해 3분기와 동일한 69.4%였다. 삼양식품과 오뚜기도 각각 71.1%, 82.7%였다. 사실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거나 그보다 원가율이 더 개선된 것이다.
원재료 가격은 정상화했는데 원가 인상을 이유로 올린 라면 가격은 내려가지 않으면서 라면 업체들이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정부가 이런 이유로 가격 인하를 촉구했지만 '생색'을 내는 수준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 차례 가격 인상에 나섰던 식품업계가 올해 들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며 "가격을 올리면서 '원가가 안정화되면 가격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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