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한 눈에’ 수영만 요트경기장, 현산 뜻대로 재개발?

김광수 2023. 11.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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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행정소송 불사하며 16년째 재개발 추진
호텔 무산되자 상업시설 늘려서 30년 운영 수익 노려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조감도(2014년 실시협약). 부산시 제공

현대산업개발이 부산시교육청·부산시와 소송전까지 불사하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1986년 완공된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요트경기가 열린 곳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주축인 특수목적법인 ‘아이파크마리나’가 지난달 20일 부산시에 제출한 ‘수영만 요트경기장 실시협약 변경안’을 보면, 2014년 3월 실시협약 체결 당시 쟁점이었떤 325실 규모의 호텔(2만4128㎡)이 사업 계획에서 빠지는 대신에 상가 연면적은 2014년에 견줘 2.7배(9504㎡→2만5666㎡) 증가했다.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요트클럽이다. 연면적이 2014년에 견줘 무려 10.5배(1376㎡→1만4502㎡)가 늘었다. 호텔·상가·요트클럽을 포함한 연면적이 3만5008㎡(2014년)에서 4만168㎡(변경안)로 5160㎡(14.7%)가 증가한다. 요트클럽 1~4층 2층에는 유료 키즈짐(어린이 체육시설)과 해양 용품 판매점이 들어서며 4층에는 실내외 수영장과 피트니스 클럽이 입주한다.

지금의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2023년 11월). 부산시 제공

반면 상업성이 떨어지는 시설물은 대폭 축소됐다. 회의용 컨벤션시설은 1100석에서 460석으로 반 토막이 났고, 주차장은 897면에서 807면으로 축소됐다. 요트가 정박하는 계류장은 628척에서 567척으로 소폭 줄었고, 테니스코트(1375㎡)는 아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요트클럽이 들어선다.

현대산업개발이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뛰어난 입지 때문이다. 부산 불꽃축제가 열리는 광안대교가 바로 앞에 있다. 이 행사에는 매년 100만명이 몰린다. 접근성도 뛰어나다. 벡스코·영화의전당~해운대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데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동백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 관광객 유치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2013년 변경안). 부산시 제공

투자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2008년 불변가 기준이기는 하지만 변경안이 확정되면 사업비가 1623억원에서 1410억원으로 213억원(13.1%)이 줄게 된다. 200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 36.6%를 고려하더라도 추정 사업비는 2천억원에 못 미친다. 30년 동안 연간 60억원대의 수익을 내면 투자비 회수에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의 재개발이 완료되면 바로 앞 5성급 호텔인 파크 하얏트 부산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간다. 이 호텔은 현대산업개발이 2013년 269실 규모로 지어 하얏트 호텔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부산시에 “요트클럽과 이웃한 파크 하얏트 부산을 연결하는 통로(길이 50m, 너비·높이 각 5m)를 설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부산시가 거부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을 바라보는 지역 시민단체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주민들과 재개발 반대집회를 열기도 했던 부산참여연대의 양미숙 사무처장은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은 공유수면을 매립한 공공부지 점·사용료를 면제해주면서까지 대기업에 상업시설 등을 짓도록 해주었다는 점에서 명백한 특혜”라며 “공공개발이 힘들다면 차라리 개발하지 말고 놔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재개발을 둘러싼 부산시와 현대산업개발의 소송전도 뜨거웠다. 앞서 아이파크마리나는 지난 2008년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제안서를 부산시에 제출했으나, 2014년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가 “학교 앞 70여m 지점에 호텔이 들어서면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부결시키자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행정심판에서 기각되자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1·2심 모두 패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부산시가 민원·법률 저촉 등을 이유로 2016년 8월 실시협약을 해지하자 끈질긴 소송전 끝에 2018년 4월 최종 승소했다. 결국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0일 부산시에 실시협약 변경안을 제출했고, 부산시가 이를 접수하면서 무산됐던 재개발이 7년 만에 재추진의 날개를 달았다.

현대산업개발 쪽은 “주민들과 지역 여론을 고려해서 이제 호텔에서 상업시설 중심으로 계획을 변경했다”며 “재개발이 완료되면 관광객이 몰려 지역에도 큰 수익원이 되니 긍정적으로 봐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수요예측 재조사 등 후속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상업시설의 적절성과 수익 규모 등을 파악하고 시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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