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리포트] “무인버스로 대중교통 혁신···2025년부터 자율주행車 양산”
현대차 출신 엔지니어로 자율주행 한 우물
창업 5년만에 자체 개발 무인 모빌리티 공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양수겸장' 큰 경쟁력
글로벌 평가서 13위···국내 유일 순위권 진입
“무인버스 대중교통 도입되면 혈세 절감”
“운전석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로 대중교통 분야에 혁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무인 운송 차와 무인 배송 차를 직접 생산해 수익도 창출하겠습니다. 해외 진출도 추진해 자율주행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한지형(사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2025년에 자율주행 대중교통 파일럿 무인 차량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과 2년 후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자율주행하는 대중교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자의 마음도 설렜다. 한 대표가 파일럿 차량 양산 시기를 다소 공격적으로 잡은 것은 테슬라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뛰어든 자율주행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한 대표는 올 10월 대구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 엑스포(DIFA)’에서 자체 개발한 운송용 무인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MS’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프로젝트 MS는 길이 4.9m, 너비 2.1m로 5인승 승용차만한 크기로 12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운전석을 없애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최근 새로 선보인 또 다른 모델 ‘프로젝트 SD’는 300㎏ 이상 적재할 수 있는 무인 배송 차량이다. 두 모델 모두 최고 시속 60㎞까지 완전 무인 형태로 운행 가능하다.
무인 모빌리티를 대중 앞에 공개하기까진 5년이 걸렸다. 한 대표는 현대자동차 출신의 자율주행 기술 엔지니어로 2018년 창업했다. 자율주행차 개발 전까진 세단·버스 등 시판 중인 다양한 차종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현재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공공도로 주행기록은 30만㎞ 이상으로 국내 최장 규모를 자랑한다. 한 대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룰 수 있다는 점은 큰 경쟁력”이라며 “다른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일반적인 사업 모델은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것인데, 소프트웨어만으로는 경쟁이 치열한 자율주행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자율주행차를 자체 개발하자 해외도 주목했다. 올해 3월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가이드하우스인사이트가 발표한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종합순위에서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13위에 이름을 올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순위권에 올랐다. 랭킹 상위에는 인텔 모빌아이(1위), 구글 웨이모(2위) 등 세계적으로 쟁쟁한 기업들이 즐비했다.
한 대표는 자사 무인 모빌리티의 강점으로 확실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자율주행 버스가 정부나 지자체 예산 절감에 크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버스 운영 비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줄어들면 운수 회사에 투입되는 막대한 보조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 대표는 “운수 회사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투입되는 보조금이 연간 수 조 원에 달한지만 지자체가 예산을 아끼겠다고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버스 노선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면서 “자율주행 버스는 지자체와 주민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윈윈의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10만대 수준의 양산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공공운수 분야의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어서 진출 매력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업계와의 정면 경쟁을 피하면서도 수익성이 확실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MS·SD의 또 다른 경쟁력은 어느 정도 정해진 구역을 주행하는 만큼 승용차보다 수월하게 레벨 4의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기능은 레벨 1~5단계로 나뉘며 레벨 4부터는 운전자의 어떠한 개입도 필요 없어진다. 우리 정부가 목표로 하는 레벨 4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은 2027년이다. 한 대표는 “과거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승용차로는 자율주행 기능을 제대로 활성화하기 쉽지 않다고 느꼈다”며 “제한된 범위 안에서 차가 돌아다녀야 주행 변수를 통제해 완전 자율주행을 상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가 대중교통 분야부터 자율주행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실제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여러 지자체의 러브콜을 받아 도로 곳곳에서 자율주행 차량 운영을 맡고 있다. 이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오송·세종 자율주행 버스’는 10월부터 하루 4회씩 오송역에서 정부세종청사를 거쳐 대전 반석역까지 왕복 64.4㎞를 운행하며 국내 최초 레벨2 단계의 자율주행 버스 노선으로 등극했다. 대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운영 중인 ‘달구벌자율차’의 이용자는 6000명을 돌파했고, 이달 초부터는 인천국제공항 내부를 도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행도 시작했다. 그만큼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운영의 안전성을 입증받았다는 평가다.
대중교통과 배송 시장에 혁신을 불어넣겠다는 한 대표의 일관된 목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향하고 있다. 한 대표는 "아직 자율주행 도입이 느린 동남아·중동·유럽에선 승산이 있다”면서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무인 모빌리티를 활용한 공공 자율주행 셔틀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유럽의 한 지자체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에서는 자율주행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스타트업 투자 심리가 위축된 와중에도 지난달 34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투자 유치에 이어 상장을 실시해 무인 모빌리티 양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국내 1세대 대표 기업인 삼성·현대, 2세대 대표 기업인 네이버·카카오를 잇는 3세대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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