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관광 몸살' 부산 감천문화마을…주민 수는 '반토막'[지방소멸은없다]

이현동 기자 권영지 기자 2023. 11.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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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수용력 넘어선 관광객 수…10년새 인구 '반토막'
"교통 여건 개선하고 피해유형별 맞춤 대안 마련해야"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전경./뉴스1 권영지 기자

(부산=뉴스1) 이현동 권영지 기자 =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 소멸하고 있다. 불편한 주거환경,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등의 원인 탓에 유입되는 인구가 거의 없어서다. 관광산업과 주거안정을 공존시켜 마을의 생명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지역 사회의 고민이 깊다.

감천문화마을(사하구 감천2동)은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한 곳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만 5000여명이 살았으나, 부산의 재개발 사업에서 소외되면서 많은 주민이 이곳을 떠났고 해발 120m 고지대의 이 마을은 부산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남게 됐다.

그러던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09 마을미술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은 전환기를 맞는다. 지역 예술가·주민·행정이 힘을 합해 ‘꿈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사업을 추진했고 마을에 알록달록한 색감의 옷이 입혀졌다.

이뿐만 아니라 약 10년간 ‘마을미로골목길 프로젝트’,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마을기업과 동네 상권이 크게 살아났고 공동체 커뮤니티도 활성화됐다. 감천문화마을은 이렇게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가장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 사례가 됐다.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은 마을의 ‘관광지화’를 앞당겼다. 아름다운 외부 경관과 다양한 콘텐츠 등이 입소문을 타고 외부에 알려지면서 관광객 유입이 크게 늘었다. 성수기(7~8월)에는 하루 평균 7000여 명, 비성수기에는 5000여 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이 마을을 찾는 것으로 집계된다.

많은 관광객이 지갑을 연 덕에 마을의 경제·상권은 활성화됐지만, 원주민들의 삶과 생활은 망가지게 됐다. 붐비는 관광객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 소음 공해, 기물 파손, 쓰레기 무단 투기, 악취, 통행 불편, 화재 위험 등의 불편이 생긴 것이다. 이른바 ‘과잉관광’ 현상이다.

과잉관광은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관광객 유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뜻한다. 예컨대 주민 생활권 침해, 지역주민보다 관광시장에 맞게 상권이 변화하는 현상인 ‘투어리스티피케이션’, 관광사업·관광객에 대한 혐오(투어리즘포비아) 등이 있다.

지난 2020년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천문화마을이 하루에 수용할 수 있는 적정 관광객 수는 2601명이다.

마을을 덮친 과잉관광 피해는 지역사회 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왔지만, 이렇다 할 획기적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인구도 꾸준히 감소했는데, 지난 2012년 10월 2897명이던 주민 수는 매년 100명 안팎으로 줄어 지난해 말일 기준 1529명을 기록하는 등 반토막이 났다.

감천문화마을 내 설치된 포토존 인근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 북적이고 있다./뉴스1 이현동 기자

이 마을에서 40년을 넘게 살았다는 70대 윤모씨는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집 마당에 몰려와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얼마나 황당한 줄 아느냐”며 “대문 바로 앞에서 소리가 다 들리게 떠들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놓고 가기도 한다. 놀러 오는 건 좋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이외에도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경열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회장은 “사람들이 카페 음료를 아무 데나 버리는 탓에 여름엔 악취·벌레 문제도 심각했다. 집 옥상에 올라가거나 동의 없이 주민을 촬영하는 등 사생활 침해도 심했는데 요즘은 주민 보호 홍보를 많이 해서 비교적 그런 일이 줄어든 편”이라며 “주민 사이에서 ‘이렇게 불편하게 사는데 우리가 얻는 게 뭐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래서 환원 사업이 몇 가지 진행 중인데, 실제 체감하는 혜택은 매우 적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그는 “불편하긴 해도 못 살겠다고 떠날 정도까진 아닌 것 같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거나 젊은 층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경우, 불편한 물리적 환경 탓에 이사를 간다. 반면 유입 인구는 거의 없으니 전체 주민 수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교통 여건만 조금 개선돼도 삶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우선 관광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확보돼야 하고, 마을을 통행하는 버스도 증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광산업의 과도한 성장으로 오히려 원주민의 삶이 침해받는 상황이 길어지자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관광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마을의 소멸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관광 경쟁력과 생활권 보장이 양립하기 위한 맞춤형 대안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신구 한국도시재생학회 회장은 “불편하다고 해서 관광을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두 가지가 공존하는 대안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며 “마을 내 구간마다 피해 유형을 파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예컨대 특히 사생활 침해가 심한 구간, 소음 공해가 심한 구간, 쓰레기 투기가 많은 구간 등이 곳곳에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면 원주민의 삶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lh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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