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동분서주 이준석
신당 카드로 장외 여론전 전개
어느 길로 가든 녹록진 않을 듯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행보가 연일 정치권에서 소비되고 있다. 그는 잊혀진 인물이다시피 했다. 당원권 징계를 받아 움직일 공간과 명분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 그가 기지개를 켰다. 인요한 당 혁신위원장의 제안이 수용돼 징계가 풀린 상황과 무관치 않다. 그후 동선과 발언은 일반의 예측을 빗겨갔다. 당과 그런대로 지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당 지도부를 성토하거나 대통령을 은유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맺혀 있는 무엇이 가시지 않은 듯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정치적 수사와 행보가 누적되는 과정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전망 수준이었으나 그게 아니었다. 보란 듯 신당 관련 언급을 서슴지 않는 한편, 부산 대구 등을 오가고 방송 출연 일정 소화 등 동분서주하며 '신당 출시'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모습이었다. 와중에 유의미한 회동 이벤트도 연출됐다. 그를 만난 금태섭 전 의원은 대화가 통한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여건이 되면 한배를 타고 내년 22대 '총선의 강'을 건너 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현실과 주변 정황에 비추어 이 전 대표발 신당 창당 실현성에 관심이 쏠린다. 적어도 그의 막힘 없는 워딩과 맥락을 보면 국민의힘 질서 안에서 착근할 마음이 많이 달아난 상태인 것으로 읽힌다. 말과 행동에 망설임이 없으며 여과 없이 모질 게 나오는 경우가 잦은 것이 방증한다. 지금 시점에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굳히고 있거나, 혹은 그에 이르지 않았다 해도 외관상 그렇게 보여지도록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그의 신당이 실제로 뜰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보인다. 일이 되려면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수가 있지만 그렇게 되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이 전 대표 상황은 냉정히 짚으면 탐색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의지가 굳건해도 뜻대로 될지 미지수인 이유다.
일단 세력화 문제를 급선무로 꼽을 수 있다. 거대 양당 밖 인사들과 '공용 텐트'를 치는 그림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게 간단할 리 만무다. 정치적 비전 및 가치 지향, 정책 수단 등과 관련해 연대나 연합할 수 정도의 교집합을 이룬다는 게 생각처럼 순탄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신당을 만들려면 필연적으로 돈이 들고 아울러 조직 구축 절차도 밟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도 당권대표 문제에서도 이해가 갈릴 수 있다. 미니 정당일수록 원래 당권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들이 질서정연하게 추진되지 않는다면 이른바 개혁 신당 이슈 생명력이 진화한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보수진영에서 일정한 고정값으로 부상한 것은 맞지만 그동안 그에 걸맞은 기대치에 여전히 잘 부응해 왔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당내에 청년정치 에너지를 활성화시킨 데서 보듯 선명한 상징자본을 구축한 사례로 인식된다. 다만 본질적 확장성에 기여했는지를 평가할 때 후한 점수를 받을 계제라고 보기에는 이른 듯하다. 각종 사안에 대해 정치언어를 줄기차게 쏟아내고 있음에도 그의 정치적 천착이 기성 정치문법 체계와 어느 지점들에서 대비되는지 헷갈리는 측면이 없지 않은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 전 대표 신당 파급력은 예측불허다. 신당은 향후 보여줄 여당 태도에 따라 기세가 올라갈 수도 있고 시동 소리 요란한 채로 가속이 붙지 않을 수 있다. 야당을 상대로 여권이 선방하면서 휘발성 있는 정책 이슈를 주도하게 되면 신당 소구력은 희석되기 마련이고 그런 상황은 이 전 대표로서는 딜레마가 된다. 야권에서 우후죽순 신당 바람이 부는 것도 입지를 좁게하는 외생 변수로 보이며 비례대표제 개편에 따라서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선택은 이 전 대표 몫이다. 어느 옵션도 녹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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