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반짝 흑자’ 보는 불안한 시선…만기 1년 ‘급전’으로 연명

전슬기 2023. 11. 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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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3분기 '반짝 흑자'를 기록한 뒤 다시 적자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자 단기금융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한전이 만기가 1년 미만인 기업어음(CP) '급전'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어서다.

한전이 3분기 2조원의 흑자를 냈으나 국제유가가 다시 뛸 수 있으며, 2021년부터 누적된 47조원의 적자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기업어음 발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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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옥.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가 3분기 ‘반짝 흑자’를 기록한 뒤 다시 적자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자 단기금융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한전이 만기가 1년 미만인 기업어음(CP) ‘급전’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어서다. 올해만 벌써 연간 한도의 73%인 5조5천억원의 기업어음을 찍었다. 급전 돌려막기는 한전의 재무구조 불안은 물론 다른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이 기업어음 투자 수요를 휩쓸어가면서 다른 기업들은 웃돈을 얹어줘야 급전을 구할 수 있는 처지다.

15일 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국내 기업들은 10월 중 기업어음·단기사채를 2조5천억원 순발행했다. 순발행은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값으로, 전월(2조원)에 이어 순발행 기조가 지속됐다. 9∼10월 중 만기가 1년 이상인 회사채는 8천억원, 2조3천억원 각각 순상환된 것과 대조적인 수치다. 기업들이 주로 만기 1년 미만인 ‘단기’로 돈을 빌리고 있다.

특히 한전의 기업어음 발행이 늘고 있다. 지난달 중순 기준 한전 기업어음 발행 잔액은 5조5천억원이다. 올해 한전의 연간 기업어음 발행 한도(7조5천억원)의 73% 수준이다. 누적 적자에 시달려온 한전은 그동안 장기금융시장에서 한전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워왔으나 ‘법정 사채 발행 한도’ 제약이 있고, 채권시장 자금을 쓸어간다는 지적이 나오자 단기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어음 역시 연간 발행 한도가 있으나 이는 한전 이사회 결정 사안이라 조정이 자유로운 편이다.

한전의 기업어음 만기는 대부분 1∼3개월이다. 수개월마다 빚 상환이 돌아오는 만큼 재무구조가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이 3분기 2조원의 흑자를 냈으나 국제유가가 다시 뛸 수 있으며, 2021년부터 누적된 47조원의 적자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기업어음 발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전은 금융기관들과 ‘5년 장기 약정’을 맺어 3개월 기업어음 만기시 동일 규모를 재발행하면 그 쪽에서 5년간 다시 매입해주는 방식 등으로 불안을 최대한 줄여가고 있다고 말한다.

한전의 기업어음 발행은 다른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전은 심한 적자에도 공기업이라 기업어음 신용등급이 A1으로 높다. 한전이 단기금융시장에서도 투자 수요를 휩쓸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단기금융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채권시장 금리가 높아지자 짧게라도 돈을 빌리려 단기금융시장으로 넘어온 기업이 많아서다. 기업어음 투자 수요를 한전이 쓸어가면 다른 기업은 더 비싼 이자를 줘야 급전을 구할 수 있다.

기업어음 금리(91물)는 이날 기준 연 4.31%로 올해 2월6일(4.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신용등급별로 보면(5개 신용평가사 평균·3개월물) A1은 연 4.31%, A2+는 연 4.62%, A3+는 연 6.43%에 이른다. 저신용 기업일수록 급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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