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발행하고 두 달 만에 부도냈는데... 대유플러스 채권단, 주관사 책임론 제기

이인아 기자 2023. 11.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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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대유플러스 증권신고서에 “그룹 관계사로부터 발생할 신용리스크 낮아”
부실 계열사 지원으로 기업회생 신청... 주관사, 선관주의 의무 방임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 대유플러스가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후 2개월 만에 돌연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발행주관 업무를 수행한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대유플러스를 제대로 실사하지 않고 증권신고서를 작성한 탓에 단기간에 다수 피해자가 양산됐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이번 사고로 투자 근간이 되는 증권신고서에 불신이 생기면서 국내 자본시장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노자운 기자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유플러스 14회차 BW 채권자들은 발행사에 이어 주관, 인수를 맡은 증권사에도 책임을 묻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BW 발행 주관은 한국투자증권, 인수는 SK증권이 맡았다.

대유플러스는 지난 7월 채무 상환,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14회차 BW를 발행했다. 당시 조달된 자금 중 200억원을 돌아오는 12회차 BW 조기상환 등 채무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차환 대신 부실 계열사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다. 결국 돌아오는 12회차 BW 조기상환에 실패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 후 2개월 만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문제가 된 대유플러스 14회차 BW는 공모로 발행됐다. 공모는 불특정 다수가 투자하기에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개인도 투자할 수 있기에 기업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꼼꼼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주관사는 발행사를 방문하고 한 달 넘게 정밀 실사한 후 기업실사 보고서를 제출하고, 발행사와 협의해 증권신고서까지 작성한다.

투자의 근간이 되는 증권신고서에는 자금 조달 계획부터 위험 요소까지 투자 판단을 내리기 위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14회차 BW 채권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의 기업실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이를 기반으로 증권신고서가 작성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회사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실 작성 의혹을 제기한다.

대유플러스 14회차 BW 증권신고서 내용 중 일부.

대유플러스 증권신고서 중 계열사 간 신용리스크 전이 위험 부문에는 ‘대유위니아 그룹의 관계회사로부터 발생할 신용리스크는 낮다’고 적혀있다. 실제 대유플러스는 14회차 BW 자금이 들어온 지 1~2주 만에 채권자들 몰래 부실 계열사인 위니아로 120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순식간에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당초 계열사 신용리스크 분석부터 잘못된 셈이다.

위니아는 박영우 회장 지분율이 9월 분기 보고서 기준 12.67%에 달하는 곳이다. 이에 대유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박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만 골라 살리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회생 개시 신청(9월 25일) 직전인 9일에는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대유에이피가 대유에이텍의 자회사로 편입됐는데,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시장가로 양도됐다. 박 회장의 대유에이텍 보유 지분은 21.80%로 그룹 내 상장사 중 가장 높다.

한국투자증권은 주관사로서 투자자의 재산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인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즉 선관주의 의무를 방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 CB, BW를 발행한 회사에서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주관사가 채권단을 모아 대응한다. 이번엔 발행 2개월 만에 공모 BW가 부도난 사상 초유의 사례인데도 한국투자증권, SK증권은 어떠한 답변이나 대응도 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발행사가 작정하고 속이면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금융당국도 주관사가 법정관리 신청 계획을 미리 알았다면 문제가 되지만, 투자자들을 고의로 속였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내부 사정에 따라 자금 조달 후 사용처가 바뀌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조차 이런 입장이다 보니 주관사의 부실 실사 의혹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채권단은 토로했다. 특히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대형 증권사가 발행하는 메자닌 채권을 받아야 하는데,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거래는 우호적 관계에 있는 운용사에 먼저 전달되다 보니 문제 제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공모 BW다 보니 개인 투자자가 엮인 점도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무기명 BW여서 투자자 명단을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한 관계자는 “주관사가 쓴 증권신고서를 믿고 투자한 건데, 앞으로 뭘 보고 투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금융시장 전체 신뢰가 크게 훼손된 것과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사 신용등급이 낮고, 구조가 복잡한 공모 BW여서 고위험 투자인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산 기관투자자가 대부분”이라며 “주관사로서 지침을 엄격하게 준수해 실사하고, 재매각까지 마무리했기에 추후 대응은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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