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겨루는 말’ 쌓이는데…국민의힘 ‘무중력 상태’

문광호 기자 2023. 11.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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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권’ 김기현·‘윤심’ 업은 혁신위, 총선 안건 놓고 갈등 격화
홍준표 “당대표의 비판은 자가당착” 가세…당은 ‘사분오열’
“총선은 종합예술작품, 지도부가 이끌 것” 김기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총선 관련한 당의 여러 기구들에서 혁신위원회 안건을 잘 녹여내도록 지도부를 잘 이끌겠다”고 말했다. 혁신안 수용 주도권은 당 지도부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총선 불출마나 험지출마를 재차 압박했다. 여당 체제가 실권은 있지만 명분이 약해진 김 대표와 ‘윤심’은 업었지만 실권이 없는 인 위원장으로 나뉘어 힘의 공백인 무중력 상태가 된 양상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총선은 단편 예술작품이 아니라 종합예술작품”이라며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예술 차원에서 잘 유지하겠다”고 했다. 혁신위에 대해선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전날 “일부 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면 안 된다”고 한 데 이어 이틀째 혁신위에 경고를 날린 것이다. 혁신위의 조기해체설 보도가 나오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태도가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며 혁신위를 출범시켰을 때와 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 측, 거침없이 하라 신호”인요한

인 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한 열흘 전에 제가 여러 사람을 통해서 (대통령을) 뵙고 싶다고 했는데,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이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그냥 지금 하는 것을 소신껏 맡은 바 임무를, 당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그냥 거침없이 하라’는 이런 신호가 왔다”고 말했다. 불출마·험지출마 권고가 수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혁신 드라이브가 윤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시사해 다시 한번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은 “어제(14일)도 제가 당에 ‘우리 혁신안 빨리 통과시켜라, 주춤하지 마라’라고 했다”며 “하나하나 (혁신안 발표) 할 때마다 (최고위가) 기다리지 말고 내놓으면 통과시키고 또 내놓으면 통과시키고 해야 우리가 같이 나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혁신위 회의에서도 혁신에 대한 당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를 두고 성토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윤 대통령과 김 대표, 장제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윤핵관으로 쏠려 있던 권력의 중심축이 무너지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기존 권력인 김 대표와 장 의원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새롭게 윤심을 대변하는 인 위원장에게는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 친윤석열계 인사들은 내심 김 대표와 장 의원 등이 스스로 물러나길 바라는 분위기다.

“김기현 나가면 한동훈 들어올 가능성” 이준석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혁신위에 전권을 주고 영입했는데 당대표가 혁신위를 비판한다? 그건 자가당착”이라며 “혁신위는 당대표가 잘못했기 때문에 만든 것인데 그게 제 마음에 안 든다고 당대표가 혁신위 활동을 제한하고 감시한다는 건 자기부정”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BBS 라디오에서 혁신위의 지도부·윤핵관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위한 카펫을 까는 것”이라며 “앞으로 1~2주 사이에 김기현 대표의 거취가 정리되고 나면 어르신 보수층에서 한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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