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먹거리 日상륙]② 한국 맛 그대로 진출한 떡볶이…MB 때 굴욕 벗었다

도쿄(일본)=이민아 기자 2023. 11.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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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Z세대 떡볶이에 열광... “도쿄 청년다방 고객 80%가 일본인”
2009년 세계화 실패한 떡볶이, 한류 타고 입맛 사로잡아
‘요뽀끼’ 만드는 영풍, 매출 77%가 수출서 나와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의 신오쿠보 거리. 이 곳에는 한글이 적힌 간판을 걸고 삼겹살이나 닭강정 등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눈에 띄었다.

이 가운데서도 일본 젊은세대들에게 인기를 끄는 곳은 한국의 떡볶이 프랜차이즈였다. 청년다방에 들어서자 일본인들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면서 삼삼오오 냄비에 담긴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한국의 홍대입구에 위치한 가게라 해도 믿을만큼 국내와 인테리어, 메뉴 구성이 같았다. 입구에서 직원이 일본어로 적힌 메뉴판을 건넸다.

지난 29일 찾은 일본 도쿄 신오쿠보 거리에 있는 청년다방 간판. 한글로 적혀있다./도쿄=이민아 기자

기자가 주문한 차돌 떡볶이 가격은 2~3인용에 3100엔(약 2만9000원)으로, 한국(1만6500원)보다 비쌌다. 갓 나온 떡볶이를 먹어보니 맛도 한국과 똑같았다. 떡볶이는 매운 정도를 고를 수 있었다.

일본 청년다방 점주 조재국 J&K 대표는 “고객의 80%는 일본 사람이고, 나머지 20%는 한국 사람들”이라며 “일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매운 걸 잘 먹지못해, 순한맛 또는 크림이 들어간 로제 떡볶이를 더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18년 전 일본에 정착했다는 그는 “떡볶이가 한식이라는 인식은 이제 굳어진 것 같고, 일본 사람들도 떡볶이를 익숙하게 먹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떡볶이의 낯선 식감이 ‘K-푸드’라는 이름으로 세계에서 환영받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청년다방 떡볶이. 한국과 맛이 같다./도쿄=이민아 기자

◇MB때 ‘한식 세계화’ 주력 식품으로 떡볶이 선정...5년간 140억 투자 발표했지만 실패

떡볶이가 일본 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한식으로 자리잡기까지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정치권에서 떡볶이 세계화로 인해 설전(舌戰)이 벌어진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한식 세계화’를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당시 떡볶이와 비빔밥, 전통주, 김치 등 네 가지를 주력 식품으로 정했다.

정부는 떡볶이 분야에만 5년간 14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떡볶이연구소까지 열었지만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미국과 네덜란드 등에서 열렸던 떡볶이 축제는 일회성으로 끝났다.

당시 전문가들은 떡볶이가 인기를 끌지 못했던 이유로 외국인에게 낯선 떡의 식감, 국가마다 다른 매운 맛 선호도 등을 꼽았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란 꼬리표가 달리며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기도 했다.

◇한류 영향력 확대...떡볶이, 일본 문화에 자연스럽게 침투

그러나 14년 가까이 지난 현재 떡볶이가 일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로부터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한류의 영향력 확대를 꼽는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 또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텐츠에 떡볶이가 등장하면서, 일본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일본 문화에도 자연스럽게 침투했다는 분석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음식이 퍼져나갈 수 있는 것은 음식 자체의 매력 뿐 아니라 그 음식이 속해있는 문화권의 문화적 영향력이 크다”며 “음식 하나만 확산시키겠다고 해서 음식이 유행하기는 어렵고, 아이돌이나 영화, 드라마 등이 함께 움직여 그 안에 콘텐츠로 녹아들어갈 때 소비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인기 제품으로 자리잡은 간편 조리 떡볶이 '요뽀끼'./영풍 제공

◇즉석 조리 식품도 인기...떡볶이 매출 5년 전보다 6~25배 급증

일본에서 떡볶이 분야의 인기 간편 조리 제품으로 자리잡은 농업회사법인 영풍의 ‘요뽀끼’는 세계 8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영풍이 해외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은 228억334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77%에 달했다. 이 회사는 2018년만 하더라도 93억원 가량을 수출에서 벌어들였지만 4년만에 2배 이상 수출액이 늘었다.

일본으로 떡볶이를 수출하는 식품 대기업들도 떡볶이 카테고리의 매출 증가세에 주목하고 있다.

대상이 운영하는 청정원 글로벌 브랜드 오푸드의 2022년 일본 떡볶이 매출액은 5년 전인 2018년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동원F&B도 같은 기간 즉석 떡볶이의 일본 매출이 6배 늘었다.

올해부터 떡볶이 즉석조리 제품을 세계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한 CJ제일제당도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도쿄 시부야에서 ‘스트리트 푸드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열었는데, 이 곳에서 떡볶이, 김밥, 핫도그, 튀김 등의 메뉴가 인기리에 판매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당 팝업에는 매주 2000여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방문했다”며 “일본의 Z세대가 주로 왔으며 흥행했던 행사여서 내부에서 고무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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