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약가 정책 강화…신약 기술이전, ‘시장 접근전략’ 중요”
“기술이전 시 ‘BEACON’ 6가지 핵심 고려사항 준비해야”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기존에는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주요 의약품 선진국 시장도 강력한 장벽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이 중요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시장 접근전략’을 준비해 협력사와의 협상 테이블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상민 파마벤처스 부사장은 지난 13일 뉴스1과 만나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을 통해 효율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하기 위한 방안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파마벤처스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약바이오 산업계 자문사다. 인수합병(M&A), 기술이전·도입(LO·LI), 투자 유치, 상업화 전략, 가치평가, 약가와 시장접근 부문 등에서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992년 설립된 이후 글로벌 곳곳의 제약바이오 기업과 진단·의료 기술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1000건 이상의 자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국내에서만 40여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한양행이 기술이전한 3세대 폐암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기술이전 시 신약 후보물질 가치평가와 관련한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부터 우리나라에 상주하는 컨설턴트를 배치했다. 곧 한국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5년 전부터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협업을 경험했다.
유상민 부사장은 신약 기술이전 등에 있어 글로벌 약가, 시장 접근 전략이 변화하고 있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신약을 출시하는 데 있어서 시장 상황 등 필요한 것을 알아야 기술이전 협상 시 파트너사와 동등한 수준에서 협상이 가능하다”면서 “연구 위주인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상업화 등 개발 부문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사장은 “미국은 공보험인 메디케어가 직접 약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정책을 발표했다. 10개 주요 의약품의 목록까지 나왔다. 항암제가 하나 포함돼 있어 모든 빅파마들이 긴장하고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인 독일과 영국도 유사한 정책을 만들어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켜 메디케어가 사상 처음으로 제약사와 직접 약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었다. 독일은 재정안정화법을 통해 희귀질환 분야 등에서 가격 책정 허점을 상당수 없앴다. 영국은 제약사 이익통제제도를 통해 모든 제약사가 약가를 26.5% 인하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유 부사장은 “약가 정책의 변화와 주요 의약품 철수, 매각은 빅파마가 의약품 기술도입과 개발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평가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빅파마 사업개발자(BD)에게 물어보니, 한 빅파마는 약가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으로 잡은 약가로 출시 후 6년 이내에 최고 가격을 기록하고 8년 이후에는 복제약(제네릭) 수준의 약가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다른 톱 10 빅파마 BD는 시장 접근 전략가가 신약 출시 테스크포스(TF) 등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정책 변화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마벤처스는 약가·시장 접근 전략을 위해 중요한 6가지를 ‘BEACON’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B(BURDEN)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등과 관련한 의료미충족수요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어떤 질병을 앓는 환자가 세계에 몇 만명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세분화한 환자 타깃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ENVIRONIMENT)는 자금 조달 경로와 정치적, 정책적 환경 등을 파악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약가 인하 추세 등 각 국가별 상황을 파악해 맞춤형 접근을 하는 방식이다.
A(AFFORDABLE)은 신약 후보물질 상업화 시 약가와 표준치료와 비교한 잠재적 비용 절감 효과 등을 분석해 제시하는 방법이다. 기존 치료제 대비 얼마나 더 효능 등이 높고, 이러한 효능에 따라 입원일수 감소 등 다른 부분에서 얼마나 의료비 감소 효과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C(COMPARATOR)는 신약 후보물질 상업화 시 적절한 경쟁 약물과 비교됐는지 검증하는 방식이다. 비교할 필요 없는 약물과 효능, 약가 등을 대조하는 것은 파트너링 협력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약가관계기관에게 후보물질을 매력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O(OUTCOMES)은 임상시험에서 측정된 결과가 약가관계기관이나 환자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강조하는 전략이다.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한 효능과 부작용이 적다는 점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N(NUMBER)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수와, 진행한 임상시험 연구 수, 데이터 품질 등과 관련한 부문이다. 적합한 환자가 임상시험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참여했는지, 다른 방면으로 연구한 임상시험은 어떤 것이 있는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는지 등이 협상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부사장은 “초기 임상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은 기술이전 시 계열내최초(First-in-class)인지, 경쟁약물은 어떤 것인지, 전임상 결과는 어떤지 등이 중요하고 후기 임상에서는 출시 이후 실제처방데이터(리얼월드데이터)를 어떻게 모을 것인지 등을 약가관계기관 등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각 단계마다 맞춤형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사장은 “최근 바이오유럽에 참여했는데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졌다”면서 “한국을 신약 개발과 관련한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사업개발 초기 단계에 대해서는 많은 기업들이 알고 있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세세하게 전략을 준비해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공격해도 잘 막아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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