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증권사 총집결, 15년 만에 처음”... 자산관리 전쟁터 된 반포 원베일리
1만세대 ‘슈퍼리치’ 잠재 고객 공략
14일 오전 방문한 서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는 을씨년스러웠다. 아파트 상가 투자에 대한 불신 때문에 분양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인지, 분양 임대 홍보관만 떡하니 눈에 띄었다. 실제로 많은 공간이 비어 있었고, ‘이곳이 정말 자산관리 분야의 전쟁터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정문을 지나 금융사들이 모여 있는 건물에 다다르자(반포 원베일리 상가는 ㄷ자 모양으로 설계됐다), 분위기가 한결 달라졌다. 정장을 갖춰 입은 금융인들이 보였다. 한 지점 문 뒤로 살짝 엿보니, 한 프라이빗뱅커(PB)와 상담하는 귀부인이 눈에 띄었다. 아직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보니 전반적으로는 적막함이 감돌았지만, 그래도 증권사들이 적지 않은 자원을 투자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임대료도 비싸다고 들었는데 널찍한 공간을 아낌없이 투자한 인상이었다. 반포 원베일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140평을 임대하면서 보증금 20억원에 월 임대료를 8000만원 지불한다고 한다.
반포 원베일리 상가에는 5개 증권사가 입점한다. 비대면 거래 확대로 증권사들이 지점을 통폐합하는 가운데, 한 상가에 우량고객(VIP) 특화 점포가 5곳이나 들어오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 증권사 직원은 “2000년대 후반 이후 15년여 만에 이런 광경이 펼쳐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6년인가 용산에 아모레퍼시픽, 삼일회계법인 등이 들어오면서 LS타워에 3개 증권사(미래, 대우, 현대)가 지점을 냈을 때도 ‘많은 증권사가 들어왔다’는 분위기였는데, 지금 반포 원베일리는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 원베일리 상가 5층에 자산관리(WM) 지점을 열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같은 상가 1·4층에, 삼성증권이 2층에 입주를 마쳤다. KB증권도 내년 2월 이 상가 3층에 개점할 예정이다. 상가 입주 한 달여 만에 프라이빗뱅킹(PB) 영업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점포를 통폐합하고, 오히려 프라이빗 뱅커가 고객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일반 리테일 점포가 아닌 VIP 특화 점포가 같은 건물에 5개나 들어오는 건 2008~2009년 반포자이 상가에 7곳이 모인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원베일리 상가에 들어오는 이유는 고액 자산가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한투증권에 따르면 반포 지역 내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초고액자산가)’ 고객은 최근 3년간 93% 늘었고, 올해 들어서만 작년 대비 41% 증가했다. 또 원베일리 자체가 2990세대에 이르는 대단지 아파트이고, 인근에 아크로리버파크·래미안 퍼스티지 등 대단지 아파트가 있어 총 1만 세대에 달하는 잠재 고객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강남인 만큼 임대료도 만만치 않지만, 지점 크기는 작지 않다. 이 상가 두 개 층을 쓰는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규모가 총 140평에 달한다. 한투증권 역시 이전 래미안퍼스티지 상가의 2배 규모인 약 148평(490㎡)으로 지점 크기를 늘렸다. 이는 인근 PB센터 중 가장 큰 규모라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이 이 상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스타 및 베테랑 PB들을 배치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스타 PB로 오랫동안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윤향미 센터장과 베테랑 시니어 PB들을 배치했다. 윤 센터장은 “원베일리 지점은 첫 본사 직속 센터로 의미가 특히 남다르다”면서 “인력 보강과 함께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갖췄다”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영업점 근무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이혜정 지점장을 배치했다. 이 지점 관리 자산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현재는 12명이 근무하지만 연말 인사를 통해 20명으로 구성원 확대를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원베일리 지점에 자산관리 3개 팀, 30여명의 전문가를 배치했다.
원베일리 상가에 입점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한곳에 모여 있다 보니 타사 지점을 방문해 인테리어도 확인하고, 고객층이 어떤지 문의하는 등 서로 엄청나게 의식하며 선의의 경쟁 구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고객들도 다른 증권사에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비교 문의하러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재건축 이전 신반포3차 아파트였던 시절, 상가에 있던 IBK기업은행 지점에 80억원을 맡겼었다고 하는 최모씨는 “젊고 실력 있는 직원들이 많은 것 같아 상담받는 재미가 있다”면서 “이참에 은행에 맡겨놨던 돈을 증권사 점포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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