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이재규PD, “저도 공황장애 앓았죠…누구나 ‘마음의 병’에 걸릴 수 있어요”[SS인터뷰]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MBC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 인기 드라마를 연출했던 이재규PD는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을 마친 2008년 어느 겨울 날, 운전을 하다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시야도 좁아지고 온 세상이 노랗게 보였다. 이상을 느끼고 즉각 운전을 멈춘 뒤 인근 병원에 달려갔다. 덕분에 큰 사고는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공황장애’를 몸소 겪은 이PD가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아’)를 연출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정신아’는 정신과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분)의 시선으로 정신병동의 일상을 그려낸 드라마다.
작품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정신질환 환자가 등장해 크고 작은 사건과 갈등이 벌어진다. 아픈 사람은 있어도 나쁜 사람은 없다는 메시지와 환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성장 포인트에서 감동이 물밀 듯 전달된다.
이재규 PD는 “정신질환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손이 잘 안 가는 이야기다. 의미는 좋지만 쉽지는 않았다. 힐링이 되면서도 자극적이고, 힙한 이미지를 잘 엮는다면 좋은 드라마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신아’에는 뚜렷한 갈등이나 빌런이 없다. 의견이나 시선, 성격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옳고 그름에서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 인물들도 하나 같이 선하다. 심지어 삼각관계도 페어플레이로 진행된다.
“대체로 자극이 강렬한 작품을 선호하죠. 사적 복수도 많이 나오고요. 통쾌한 마음을 충족시켜주는 이야기죠. 반대로 ‘정신아’는 살고 죽는 문제랑 결부돼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데다, 마음이 아픈 걸 시각화하는 건 쉽지 않았죠.”
어려운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이재규 감독은 마음의 병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일종의 환각 상태에서 옷을 벗고 뛰어다니는 리나(정운선 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도 자신을 무섭게 쳐다본다고 여기는 성식(조달환 분), 실제 화룡이 등장하는 서완(노재원 분)의 망상까지, 드라마 곳곳 매력적인 포인트로 넘쳐난다.
“회차마다 시각화 하는 방법 18개를 세웠어요. 그중 5~6개는 찍어놓고 버렸어요. 성식의 공상 장면에서, 주위 동료 얼굴이 엄청 크게 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실제 위축되면 그런다던데, 표현이 과한 것 같았어요. 공황을 물로 표현한 건, 실제로 공황이 오면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시각화한겁니다. 숨을 쉬면 되는데 안 쉬어져요. 그래서 물에 차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했죠.”
이 PD는 ‘정신아’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라도 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드라마에 임했다.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고, 누구나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는 걸 알리기 위함이다.
“강박과 불안, 공황, 우울은 우리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네 가지 괴물이에요. 정신력과 정신 질환은 무관해요. 다들 자기 자신을 알고, 혹여 증세가 있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돼요. 정신질환 환자들이 문제가 생기는 건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경우일 때가 많대요. 힘든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병원을 찾았으면 해요.”
‘정신아’는 누구보다 환자에게 진심인 정다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싫은 소리 한 번 못 하고, 나보다는 남을 더 위하는 정다은의 이미지는 평소 대중이 알고 있는 박보영과 닮았다. 박보영의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정신질환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소 가볍게 만들었다.
“정신병동에선 환자들이 심하게 화를 내고, 감정 조절을 못 하는 액팅 아웃이 많다고 합니다. 위험하기도 하죠. 정다은은 수많은 액팅 아웃을 경험해요. 대비를 아무리 많이 해도 결국 계산한 것들이 다 무너져요. 박보영은 그걸 다 받아들이면서 연기하더라고요. 정말 힘든 시간이 많았는데, 싫은 내색 한 번을 안 했어요. 이런 배우가 흔치 않죠.”
에피소드 형태로 진행되는 ‘정신아’에는 명신대학교 정신과 소속 의사와 간호사 외에 수많은 환자가 등장했다. 조달환이나 정운선, 김여진 같이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이 나오는 가운데 노재원, 권한솔, 유은아, 김대건처럼 유명세가 크지 않은 배우들에게도 중책을 맡겼다. 이들은 감정의 진폭이 큰 연기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사진을 1000장 넘게 봤어요. 그렇게 가장 적역인 배우를 캐스팅했어요. 좋은 드라마의 절반은 캐스팅이에요.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앙상블이 안 맞으면 과감히 빼기도 했죠. 특히 서완 역의 노재원 배우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오징어 게임2’에도 캐스팅 되고, 앞으로 더 잘 될 것 같아요.”
이재규 PD는 좋은 작품을 연달아 내는 터라 쉴 틈이 없다. 차기작은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다. 대본 작업 중에 있다.
“신나게 만들고 있어요. 좀비로 함락된 서울이 배경이에요. 시즌1보다 더 다이나믹 할 거라고 봐요. ‘정신아’는 시즌제까진 아직 모르는 일이에요. 반응이 좋다면 또 해볼 수 있겠죠.”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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