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 앞에 쌓인 요구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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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쌓여가는 문 앞의 요구르트는 우리의 마음 한켠을 서늘하게 한다.
하지만 지난 2일 배달한 요구르트가 문 앞에 그대로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이 주민센터에 이를 알렸고, 주민센터 직원이 지난 7일 오전 B씨의 자택을 방문해 "내부 인기척이 없다"며 경찰에 신고해 숨진 B씨를 발견했다.
문 앞에 쌓인 요구르트병, 우편함에 쌓인 미납 고지서 등 잠깐 눈 돌리면 찾아낼 수 있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 잠깐의 관심과 여유가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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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하나 둘 쌓여가는 문 앞의 요구르트는 우리의 마음 한켠을 서늘하게 한다. 더욱이 노인 홀로 사는 가정이라면 더더욱이.
"우리는 누구나 고립될 수 있습니다. 내 가족과 이웃도 고독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감정을 함께 나누고 일상을 공유해 주세요. 고립과 고독사로부터 지킬 수 있습니다."
올해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예방 캠페인 영상에 이런 문구를 담았다. 고독사 고위험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고독사 예방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캠페인은 캠페인일 뿐이다. 독거노인 사망 후 뒤늦게 발견되는 일은 우리 주위에서 심심찮게 생겨난다.
지난 3일에는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독거노인 A씨가, 지난 7일에는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70대 독거노인 B씨가 가 숨진 지 10여 일 만에 발견됐다.
A씨는 그의 지원을 담당하는 수색동 주민센터 직원이 A씨 자택 내부에서 아무 응답이 없는 점, 문틈에서 악취가 나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아파트 관리인과 함께 신고하면서 숨진 그를 열흘 만에 발견했다. A씨는 수색동 주민센터에서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직원은 지난달 17일 그를 마지막으로 방문했으며, 경찰은 그 이후 A씨가 자택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B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주민센터의 1인 가구 모니터링 대상자였다. 주민센터는 요구르트 배달업체와 계약해 매달 B씨에게 요구르트를 배달해 왔다. 하지만 지난 2일 배달한 요구르트가 문 앞에 그대로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이 주민센터에 이를 알렸고, 주민센터 직원이 지난 7일 오전 B씨의 자택을 방문해 "내부 인기척이 없다"며 경찰에 신고해 숨진 B씨를 발견했다.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독사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연평균 약 8.8%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18일 오는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를 20% 감소한다는 목표를 세워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첫 기본계획이다. 급증하는 고독사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지역의 주민과 상점을 일종의 게이트키퍼로 양성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 강화,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연계·지원하는 전략, 고독사 예방·관리 정책 기반 구축 등이 담겼다.
이렇게 고독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정책과 지원도 필요하지만, 개인의 관심도 필요한게 아닐까 싶다. 앞서 두 사건을 보면 노인 두 명 다 사망한 지 열흘이 지난 시점에 발견됐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면 빠른 시일 내에 발견해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을 수밖에 없어서다.
문 앞에 쌓인 요구르트병, 우편함에 쌓인 미납 고지서 등 잠깐 눈 돌리면 찾아낼 수 있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 잠깐의 관심과 여유가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정부의 캠페인 문구처럼 우리도 고립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번 더 살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정부 역시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의 한계점과 보완점을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나가기 바란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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