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플라스틱’으로 평판 다시 쓴다
LG화학·롯데케미칼도 열분해 기술 주목…일각선 독성 물질 발생 우려

그동안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처치 곤란으로 쌓여만 가던 폐플라스틱이 정유·화학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물질 부문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구축한다고 15일 밝혔다.
SK지오센트릭은 이날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서 ‘울산 ARC’ 기공식을 개최했다.
1조8000억원이 투입된 울산 ARC는 3대 화학적 재활용기술인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을 한곳에서 구현하는 복합 재활용단지로 구축된다. 이들 기술을 활용하면 비닐이나 복합재질 플라스틱, 오염된 소재, 유색 페트병 등 기존에 재활용이 어려웠던 플라스틱도 원료와 동등한 수준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또 재활용 가능 횟수도 제한되지 않아 플라스틱을 사실상 무한하게 이용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SK지오센트릭은 설명했다.
상업생산이 본격화되는 2026년부터 매년 폐플라스틱 32만t이 재활용된다. 이는 국내에서 1년간 소각·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t)의 약 10% 수준이다.
LG화학은 지난 8월 삼화페인트와 폐플라스틱 기반의 화학적 재활용 원료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이 친환경 재활용 페인트 원료를 공급하면 삼화페인트에서 모바일 기기용 코팅재를 만들어 휴대전화 제조사에 납품한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제품을 지속 확대하기 위해 충남 당진에 2만t 규모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리사이클 소재와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에코시드’ 브랜드로 통합해 출시했다. 2030년까지 리사이클 소재(PCR) 100만t 공급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최대 페트 생산기지인 울산공장을 34만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이 추진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열분해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원재료 상태로 되돌리는 화학적 방식이다.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의 선별·세척·파쇄 등 가공 과정을 거쳐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드는 물리적 방식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플라스틱 종류나 불순물 유무 등에 따라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공정 중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폐플라스틱의 열분해 방식은 물리적 재활용이 어려웠던 폐플라스틱 처리와 석유화학원료 대체물질 확보, 소각 온실가스 감축 등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업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복합재질의 혼합 폐플라스틱 처리가 가능해 쓰레기 분리배출도 용이해진다. 앞서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비율을 2020년 기준 0.1%에서 2030년 10%로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독성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1일 스웨덴 예테보리대 베타니 알름로트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데이터 요약(Data in Brief)’에 13개국에서 수거한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에서 살충제와 의약품 성분 등 독성 화학물질 수백가지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물리적 재활용은 독성이 남을 수 있지만 열분해 등을 통한 화학적 재활용 과정에서 폐플라스틱의 독성과 불순물이 모두 사라지고 플라스틱의 기초 성분만 남게 된다”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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