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최대 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한국 건설이 짓는다

이소은 기자 2023. 11. 1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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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강국 코리아, 해외로 뛴다]④현대엔지니어링, PKN 올레핀 확장 프로젝트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와 기업이 '원팀 코리아'로 힘을 합쳐 해외 인프라 개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이라크의 비스마야 신도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해외건설 먹거리. 이제 대한민국의 'K-건설'이 선점합니다.

폴란드 PKN 올레핀 확장공사 프로젝트 현장 전경.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폴란드는 서유럽·독립국가연합(CIS)·중국 등을 연결하는 물류 요충지이자 중동부 유럽 국가 중 최대 내수시장으로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폴란드 건설시장 규모를 약 337조원으로 집계했다. 폴란드를 발판 삼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물론 유럽 내 다른 국가로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폴란드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1조원이 넘는 화공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국내 건설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

2021년 6월 수주한 'PKN 올레핀 확장 프로젝트'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은 수주금액이 29억 유로(약 3조9000억원)에 달한다. 폴란드 최대 규모의 국영정유기업 'PKN 올렌'이 발주한 프로젝트다. 앞서 2019년 수주한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프로젝트'의 사업비 10억유로(1조4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또 한 번 폴란드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는 역사를 썼다는 평가다.

PKN 올레핀 확장 프로젝트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북서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중부 마조프셰주 푸오츠크 지역에서 수행된다. 푸오츠크 지역 석유화학 단지 내에서 생산된 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74만톤 규모로 생산하는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기본설계 연계 EPC 수주 전략'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그동안 유럽 및 미국의 선진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주축이었던 기본설계(FEED) 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들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최대 중량물 ‘C3 Splitter’가 설치된 모습.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2020년 현대엔지니어링은 스페인 업체인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와 컨소시엄을 이루고 경쟁 입찰 과정에서 각자의 FEED 방식을 제안하는 듀얼 피드(Dual FEED)의 최종 계약자로 선정됐다. 이후 EPC 본 계약 입찰에서도 발주처로부터 기본설계 및 사업수행 역량을 인정받아 경쟁 컨소시엄사를 제치고 'Dual FEED & EPC'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Dual FEED & EPC 입찰은 가장 적합한 사업자(라이센서)를 선정하는 사업방식으로 기본설계 경험과 프로젝트 수행 역량, 고도의 설계 역량을 요구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라이센서인 KBR사와의 오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축적한 FEED 기술력과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강점으로 부각됐다. 준공을 앞둔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프로젝트'에서 쌓아온 사업관리 역량과 리스크관리 역량을 발주처인 'PKN 올렌'으로부터 인정받은 점 또한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수주 후 약 8개월이 지난 시점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코로나19(COVID-19)로 어려움을 겪던 건설 업계에 또 다른 불확실성이 생겼다. 특히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최인접국으로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기자재 및 시공 협력 업체 선정을 위해 견적을 검토하고 구매 비용을 산출하던 중에 러-우전쟁이 시작되면서 견적 금액이 치솟았고, 프로젝트 참여사들도 하나둘 사업 포기의사를 표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유가·원자재값·인건비 상승과 기자재공급망 붕괴에 따른 사업 예산 초과, 공사 기간 지연 등 예기치 않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TF팀은 발주처와 1년 6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협의를 추진, 올해 7월 PKN 올레핀 확장공사 프로젝트의 사업비와 공사 기간을 추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9년 당시 폴란드 역대 최대 석유화학 플랜트였던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프로젝트'를수주하며 유럽 화공플랜트 시장에 첫 진출 했다. 폴란드 최대 민간석유화학기업인 아조티 그룹이 발주한 이 사업은 완공 후 연간 40만톤의 폴리프로필렌 제품을 생산하며 내수 판매와 수출을 통해 폴란드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해외 건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수주로도 평가받았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는 2018년 출범 후 제1호 투자사업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플랜트 설계·시공 기술력을 기반으로 최종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해외건설 팀 코리아'의 역량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에서 국내 건설사들은 교량, 터널 등의 토목 분야와 자동차, 이차전지 소재, 타이어, 전자기업의 공장이나 업무용 건물 건설 프로젝트 등을 수주하는 데 머물렀다.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프로젝트는 플랜트 분야 선진 기업들이 즐비한 유럽에서 대형 화공플랜트 수주로 첫 진출을 일궈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PKN 올레핀 확장공사 프로젝트와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의 기술력과 수행역량에 대한 평가가 한 단계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았던 유럽 지역 진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플랜트 설계 기술력과 사업수행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앞으로도 신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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