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브리핑 실수’라는데…뒤끝 남은 ‘검찰총장 탄핵설’
더불어민주당이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 추진’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국민적 공감대도 없이 현직 검사들의 탄핵 소추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 총장 탄핵설’까지 불거지자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원석 총장 탄핵 추진, 아니라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도 또 기사가 나오네. 검토해본 적도 없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15일 이렇게 말하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목소리에선 곤혹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소동은 14일 한 언론 보도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국민일보가 민주당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민주당이 이 총장의 탄핵 소추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겁니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책임을 이 총장에게 물을지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각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이 총장에 대한 성토가 나왔습니다. 당 ‘검사 범죄 대응 티에프(TF)’ 단장인 김용민 의원은 이 총장을 두고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직자로서 매우 편향된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헌법을 너무 쉽게 위반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이원석 검찰총장을 해임하거나 적어도 공개 경고라도 하라”고 말했습니다. 이 총장은 지난 9일 민주당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 “협박 탄핵”, “방탄 탄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국회는 국무위원이나 검사 등이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반한 사항이 있으면 탄핵소추에 나설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의 발언은 이 총장 탄핵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 총장 탄핵 논란은 임명된 지 얼마 안된 대변인의 ‘백브리핑 실수’와 함께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뒤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소추를 검토하는 게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용민) 티에프 단장이 말한 것처럼 논의는 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원내지도부가 이 총장 탄핵소추를 검토하고 있는 걸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답변이었습니다. 민주당의 ‘탄핵 정치’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곧장 쏟아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당 공보국으로부터 “이 총장 탄핵과 관련해 ‘논의될 것 같다’고 한 최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잘못이 있으면 논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이며, 검찰총장 탄핵은 논의한 적도 없고 논의 계획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가 날아들었습니다. 김용민 의원도 한겨레에 “이원석 총장 탄핵을 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 예정도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15일 당 지도부도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 반박에 나섰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 총장 탄핵은) 전혀 검토된 바 없다. 법 위반이 없는데 어떻게 탄핵을 하겠느냐”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실 관계자도 “이 대표 쪽에서도 전혀 논의된 바도 없고, 계획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어디까지나 ‘브리핑 실수’였다는 겁니다. 이렇게 소동은 하루만에 일단락됐는데요. ‘이 총장 탄핵 추진’은 정말 해프닝이었을까요? 일각에선 ‘간보기였다’거나 ‘지지층 단속용’이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지도부 의원들이 직접 나서 이 총장 탄핵을 시사하는 대신 외곽에서 ‘암시’를 주면서 여론의 반응을 떠봤다는 거지요.
아울러, ‘이 총장 탄핵설’은 ‘특검 정국’을 지나며 현실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여부에 따라 정국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윤 대통령이 국회 문턱을 넘은 김 여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부실수사의 책임을 묻는 카드로 민주당이 이 총장 탄핵소추안을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12월9일)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민주당의 ‘탄핵 정치’는 어디까지 확대될까요. 김용민 의원은 지난 14일 회의에서 “민주당은 범죄 검사에 대해 탄핵을 추진할 것이며 이번에 (탄핵안을) 발의한 검사 이외에도 그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이원석 총장은 민주당의 탄핵을 피해갈 수 있을까요?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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