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치킨 할인’ 행사로 치안 잡았다, 美 한국 프랜차이즈의 묘수
한인타운 치안 개선·발전 공로
외식 프랜차이즈 그룹 제너시스BBQ 윤홍근(68) 회장이 뉴욕경찰국(NYPD)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우리나라 기업인이 외국 경찰로부터 직접 감사패를 받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뉴욕경찰국은 BBQ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BBQ 매장(케이타운점)이 있는 32번가와 인근 한인 타운의 치안을 개선하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감사패에 새겨 지난 8월 BBQ 현지 법인에 증정했다. 뉴욕경찰국 관계자는 BBQ 측에 “BBQ가 시행한 ‘경찰관 할인 제도’ 덕분에 우리 경찰관들도 혜택을 받고, 32번가와 한인타운의 민원·신고가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BBQ 미국 법인 대표는 이 감사패를 최근 한국에 직접 들고 와 윤 회장에게 전달했다. 윤 회장은 그룹의 글로벌 사업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경찰관 할인’은 지난 2020년 1월 윤 회장 지시로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이색 지역 상생 제도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 퍼져나가던 시기였다. 경기 불황까지 겹쳐 미국 길거리 치안이 급격히 악화됐다. 강도 같은 범죄가 빈발했고 특히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증가, 한인타운 전체가 위축됐다. BBQ 직원들은 “단순히 우리 매장 직원들이 범죄의 타깃이 될까 걱정하는 것을 넘어,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공포에 떨어야 하는 현실이 속상하고 가슴 아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때 일부 직원들이 떠올린 게 뉴욕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관이었다. 경찰관들이 걷는 길 주변엔 아무래도 부랑자나 노숙자 같은 이들이 덜 오기 마련이다. 경찰관들이 BBQ 매장은 물론이고 한인 타운을 더 많이 오게 만든다면 치안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를 전해 들은 윤 회장은 바로 경찰관 상시 할인 제도를 제안했다. BBQ 직영점이 있는 뉴욕주(州) 매장에선 경찰관들에게 모든 메뉴를 15%씩 할인해주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24시간 가게를 여는 던킨도너츠가 비슷한 경찰 무료·할인 제도로 치안 강화 효과를 얻었다는 점도 참고했다. 이후 나머지 25개 주에서도 5% 상시 할인 제도를 운영했다.
경찰관 할인 제도는 기대보다 큰 일석이조의 효과를 냈다. BBQ 관계자는 “고생하는 경찰관을 챙기는 것은 기업의 사회공헌과도 맥락이 닿고, 여기에다 경찰관들이 자주 BBQ 매장을 찾고 한인타운을 오가는 횟수가 늘어나니 정말로 주변의 민원 신고나 범죄 사건도 줄어들었다. 덕분에 인근 한인타운 상권 매출까지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BBQ는 이후 소방관들에게도 할인 혜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군인 등 다른 제복 공무원들에게도 할인 혜택을 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윤 회장이 미국 현지의 공공기관으로부터 감사의 뜻을 전달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엔 고든 존슨 미국 뉴저지주 상원의원이 윤 회장에게 ‘뉴저지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공로가 있다’며 주의회 공로장을 줬다. 앞서 작년 8월엔 엘렌 박 뉴저지주 하원의원이 주 의회 표창장을 줬다. 뉴저지주는 BBQ 미국 본사가 있는 곳이다.
윤 회장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시작해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을 이끄는 자리에 올라 ‘샐러리맨의 신화’로 꼽힌다. 한 식품 기업 영업부장이던 1995년 BBQ 치킨을 창업해 4년 만에 1000호점을 열었고, 2003년 해외 사업(중국)도 시작했다. 미국엔 2006년 처음 진출, 현재 26개주에서 250개 매장을 운영한다. 현재 국내 2000여 개, 해외에선 700여 개 매장을 갖고 있다.
2000년 국내 최초 프랜차이즈 교육 기관인 ‘치킨 대학’을 설립하고 기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2018년부터 지난 5년 동안 아프리카에 식량·식수를 지원하기 위해 19억원의 기금을 내왔다. 윤 회장은 “직원과 교민 안전을 위해 노력해주신 뉴욕 경찰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사회 발전을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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