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정부 들러리 서지 않을 것, 근로시간 개편 분명히 반대”
"경사노위 복귀, 투쟁 포기 아니다. 일방적 정책 견제해야"
"임금 격차 해소 등 사회적 약자 문제 대화 의제로"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안 돼, 정부 균형감 회복해 달라"
김동명(56)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15일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복귀 결정을 두고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한국노총을 들러리 세우고자 한다면 이 대화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13일 대통령실이 경사노위 복귀를 요청하자 전격 수용했다. 지난 6월 정부 정책이 반(反)노동적이라며 대화 불참을 선언한 지 5개월 만이다.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이 윤석열 대통령의 노란봉투법(노조법 2ㆍ3조 개정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등 노동 현안에 대해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약속받지 않고 대화에 복귀한 것에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 사욕도, 정권에 굴복한 선택도 아니다"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방어하고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과 대화가 모두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대화 테이블에 올릴 의제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원ㆍ하청 임금격차) 해소,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을 꼽았다. 정부가 의욕을 보이는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서는 “퇴행적 정책”이라며 반대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사노위 복귀 시점은 “굳이 늦출 필요는 없다. 실무선에서 만남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사회적 대화에 복귀한 배경은.
“경사노위 참여가 중단된 배경은 이 정권이 한국노총을 적대시하고 일방적으로 반노동 정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대화 복귀 조건을 묻길래 갈등의 시작점인 대통령실이 한국노총의 노동자 대표성을 존중하고 정중히 대화를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3일 대통령실에서 그런 메시지가 나와 대화에 응하게 됐다. 또 하나는, 사회적 대화를 중단한 이후 정부가 모든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니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우리 요구와 정책을 관철시킬 창구가 필요했다."
_대통령실의 복귀 요청을 노동 정책 기조 변화로 보나.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여지는 없다. 큰 기대도 하지도 않는다. 다만 개인적 기대와 관계없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한국노총이 주도해 사회 공통의 관심사를 대화로 풀고 싶다는 기대도 있다.”
_노동계에서는 갑작스럽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그런 비판은 당연하다. 권력이 바뀐 게 없는데 투쟁을 포기한 것처럼 보여 마음 아프다. 다만 집안에서 부부가 싸워도 자녀 교육 문제는 논의할 수 있지 않나. 사안에 따라 반노동 정책에는 강경하게 투쟁하고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은 대화로 관철시키겠다. 현실적으로 노동자를 위해 조금이라도 나은 여건을 만들기 위한 그나마 나은 길이라고 확신한다."
_대화 복귀를 전제로 정부와 협의한 것은 없나.
“뭘 얻기로 했으니 대화에 복귀한다? 그건 좀 졸렬한 것 같다. 아무 계산 없이 복귀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대화하자는 거다. 정부에서 뭔가를 약속해도 그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대화 과정에서 충돌하며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지 거래로 할 일은 아니다.”
_경사노위에서 꺼낼 의제는.
“노동 약자 문제에 집중하겠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등이 대화 주제가 돼야 한다. 산업 전환으로 노동시장에서 탈락하는 노동자 지원 문제도 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영역이다.”
_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는데.
“근로시간 개편안은 실패로 끝난 정책이다. 과거로 퇴행하는 정책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경사노위를 활용하거나 실패로 끝난 정책을 부활시키기 위해 한국노총을 들러리 세우면 경사노위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_노란봉투법에 대한 입장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한국노총이 가장 앞장서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정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경제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지나치다. 사회적으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고, 대법원 판례로 정당성을 인정받은 법이다."
_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대화를 중단할 생각인가.
“이제 막 대화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파국을 상정하는 건 이르다. 다만 사회적 대화가 불변의 것도 아니고, 서로 이견이 확실하면 파국으로 갈 수도 있다.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_대화에 복귀하기 전 정부에 할 말은.
“정부가 노사 사이의 균형감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에 서 있다. 경영계 단체장은 수시로 대통령실로 불러 대화하고 해외 출장에도 동행시키면서, 노동계 대표에게는 전화 한 통 없다. 그러니 경영계 요구만 듣고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같은 얘기만 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편향된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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