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시오니스트들의 씨를 말리는 것"

최윤필 2023. 11. 1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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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Ayatollah)는 시아파 무슬림 사회의 최고위 종교지도자의 성직을 가리키는 말이다.

숨지기 전 몇 달간 출혈로 자신이 설립한 병원에 입원한 그에게 한 간호사가 필요한 것을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시오니스트들의 씨를 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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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그랜드 아야톨라 파드랄라
마르자들의 마르자(그랜드 아야톨라)라 불렸던 레바논 무슬림 종교지도자 무함마드 후세인 파드랄라. 로이터 연합뉴스

아야톨라(Ayatollah)는 시아파 무슬림 사회의 최고위 종교지도자의 성직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야톨라 가운데 더 특별한 존경을 받는 이들은 ‘그랜드 아야톨라’ 즉 ‘마르자(Marja)’가 된다. 시아파 무슬림은 누구나 자신의 ‘마르자’를 선택해야 하고, 평생 그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그들에게 마르자의 말은 율법과 맞먹는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인 레바논의 마르자 무함마드 후세인 파드랄라(Mohammad Hussein Fadlallah, 1935.11.16~ 2010.7.4)는, 마르자들의 마르자로 떠받들던 신학자다. 그가 설교하면 평소에도 예사로 수만 명이 모였다고 한다.

맹렬한 반미주의자이자 반시오니스트였던 그는 팔레스타인 현실을 방관하고 외면하는 아랍 국가들을 모질게 꾸짖으며 시아파-수니파의 화합과 군사적 연대를 촉구했고, 서방 세계의 첨단 무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살 테러’도 정당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곤 했다. 그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영적 지도자라는 서방 정보기관과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헤즈볼라가 그의 지침을 떠받든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는 미 CIA가 사주했다고 알려진 1985년 폭탄 테러와 2006년 이스라엘 공군의 폭격 테러를 겪고 살아남았다.

정치적으로는 초강경파인 그였지만, 여성 인권에 관한 한 이례적으로 유화적인 입장이었다. 가정 폭력을 줄기차게 비난했고, 여성에겐 남편의 폭력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파트와(종교적 해석)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신자들의 헌금으로 다수의 학교와 문화시설, 자선 병원 등을 설립했다.

숨지기 전 몇 달간 출혈로 자신이 설립한 병원에 입원한 그에게 한 간호사가 필요한 것을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시오니스트들의 씨를 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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