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닝 이은 ‘시진핑 새 책사’ 장진취안, 미·중관계 어떤 역할 맡을까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11. 16.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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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브레인’으로 통하는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장진취안(江金權)./중신사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보좌하는 새로운 책사(策士)로 꼽히는 장진취안(江金權·64) 중국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장관급)이 시진핑 방미(訪美)에 동행했다고 베이징 소식통이 15일 전했다. 장진취안은 시진핑과 미국 기업인들의 만찬에도 함께할 예정이다. 글로벌 무대에 등판하는 그가 복잡한 미·중 관계 속에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장진취안은 18년 동안 당 중앙정책연구실 수장(주임)을 맡은 왕후닝(王滬寧·68)의 자리를 2020년 11월 이어받았다. 당 중앙정책연구실은 국가 중대 정책을 연구·검증하는 기관으로, 중국 공산당의 ‘브레인(brain·전문가 집단)’이다. 후베이(湖北)성 출신인 장진취안은 전형적인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후베이사범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화중과기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1982년 공직에 몸담은 이후 승진을 거듭하며 중국 공산당의 사상·정치·조직·기풍·제도 등의 구축을 뜻하는 ‘당건(黨建)’ 분야 최고 권위자로 성장했다. 2017년엔 당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 개정안 작성에 참여했고, 2018년 2월엔 당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2인자)에 올랐다. 명문대(푸단대)를 나와 학자로 이름을 떨친 뒤 당직을 맡았던 전임자 왕후닝과는 대조적이다.

장진취안은 당 중앙정책연구실 수장에 오른 이후 시진핑에 대한 ‘충성 맹세’에 집중했다. 2021년 11월에는 시진핑의 당내 지위를 공고히 하는 개념인 ‘양개확립(兩個確立)’ 구호를 외쳤다. 그해 12월에는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올린 ‘당의 전면 영도를 고수하자’란 제목의 글에서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개혁·개방 이후 당의 문제가 시진핑 시대에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장진취안은 이번 방미에서 시진핑이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도록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가 작년 11월 공산당 이론지 추스에 게재한 글에서는 “미국의 목적은 중국 공산당 영도와 사회주의 제도를 무너뜨리는 것” “미국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에 대응해야 한다” 등의 대목이 나온다. 앞서 2021년에는 홍콩과 신장(新疆)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미국을 겨냥해 “민주주의는 서방 특허가 아니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장진취안이 시진핑의 최측근이자 실세로 꼽히는 차이치 상무위원(서열 5위)의 수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장진취안은 ‘과학발전관’(후진타오)과 ‘중국몽’(시진핑) 등을 제시했던 왕후닝처럼 국가 방향이 담긴 담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작년 10월 당대회에서는 공산당 권력 핵심인 중앙위원회(200여 명) 진출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그가 시진핑의 국가 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입맛에 맞는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할 뿐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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