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도 초비상 “원청과 직원 사이서 샌드위치 신세될 것”
지난 9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은 갑(甲)인 원청 대기업은 물론 원청과 임금·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자사 노조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에 놓이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대기업 협력사인 중기 직원들이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두고 원청과 직접 교섭하겠다고 나서면 중기 입장에선 직원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고, 이를 이유로 원청 기업이 거래를 끊을 경우 재무 여력이 약한 중기로서는 회사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금식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내 협력업체만 170여 곳인데, 이 직원들이 임금이나 근무 시간 개선을 요구하며 원청이랑 직접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협력사) 직원들이 과연 사장 말을 듣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어 “원청 입장에서도 납기를 맞추려면 노동쟁의가 일어난 협력사 대신 다른 업체를 생산 공정에 투입할 수도 있다”며 “결국 중기 협력사만 가운데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산별 노조 지시를 많이 받는 중소기업 노조의 파업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인 자동차 부품 도금 업체 A사 노조는 지난 7월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부분 파업에 동참했다. 2시간 부분 파업을 하면 2시간 연장근무도 안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4시간 정도 조업이 중단되는 상황이다. A사의 경우 한 번 파업 때마다 1억원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 A사 관계자는 “원청인 현대차 노조는 최근 5년간 총파업 없이 임금 협상을 타결했지만, 금속노조는 지금도 1년에 두세 번씩 부분 파업이나 총파업을 한다”며 “노란봉투법으로 파업이 더욱 잦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과 소속 근로자에게도 가혹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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