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0단체 “노란봉투법 독소 3조항, 국가 경제 망친다”

류정 기자 2023. 11. 16.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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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49개 업종별단체 규탄 성명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해달라”- 1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이동근(왼쪽에서 넷째)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과 업종별 단체 대표자들이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공동성명에는 경총을 포함해 50개 단체가 참여했다. /뉴스1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주요 업종별 단체 49곳이 1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은 대통령이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지난 9일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단독 통과시키자, 지난 13일 경제 6단체가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이틀 만에 자동차산업협회·조선해양플랜트협회·반도체산업협회·석유협회·철강협회·건설협회 등 모든 산업에 걸친 단체들이 모여 규탄에 나선 것이다. 경제 단체들이 노란봉투법을 멈춰달라며 진행한 기자회견은 야당의 입법 추진이 본격화된 작년 12월부터 이날까지 총 9번에 달한다. 이날 50단체는 “야당이 산업 현장의 절규를 무시하고 정략적 판단으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개악안을 통과시킨 것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개정 노조법 핵심은 ‘사용자 범위’ 확대

경영계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의 ‘3대 독소 조항’을 지목하고 있다. 첫째는 개정 노조법 2조가 ‘사용자 범위’를 크게 확대한 것이다.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수많은 하청 근로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임단협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일 수 있다. 일반 기업들의 급식·청소·경비 같은 하청뿐 아니라, 건설·조선·자동차 같은 제조업에서의 하청 업체들이 ‘실질적 사용자’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사용자 범위를 ‘근로 조건을 실질·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로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사 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당하고 형사 처벌 받을 수 있다.

노동계는 처우가 열악한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과 교섭할 길이 열리게 된다며 환영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산업 현장에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제조업은 파업 때문에 수시로 생산이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도 급식·청소 업체 등에 소속된 정규직 근로자들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해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데 노란봉투법은 이들의 파업까지 정당화할 것”이라며 “협력사 수백 곳이 ‘완성차 업체가 부품 대금을 적게 줘서 우리 월급이 적다’고 주장하며 교섭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시권 건설협회 부회장은 “하청 노조 파업으로 건설 공기가 지연돼 공사 비용이 올라가면 결국 분양가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어 국민 전체에게 피해”라고 말했다. 최규종 조선협회 부회장은 “조선은 협력사 비율이 60%로 높은데 1차 협력사 600여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하면, 선박 인도 지연과 대내외 신뢰도 하락까지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며 “작년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의 5주일간 파업으로 8000억원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과도한 손배소 철퇴 VS 개별 입증 불가능

또 다른 핵심 쟁점은 ‘불법 파업에 대한 개별 책임 입증’ 문제다. 개정 노조법 3조는 법원이 노조의 불법 행위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 경우, 가담 정도에 따라 조합원 개개인의 배상액을 따로 정하도록 했다. 노동계는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의 손배소를 제기해 근로 3권을 무력화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8월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을 벌인 하청 노동자 5명에게 제기한 470억원의 손배소를 사례로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노조 파업 시 대체 근로 투입이 불가능하고, 사업장 점거까지 빈번한 상황에서 기업이 불법 파업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권이 손배소인데 이마저도 무력화될 것”라고 반발한다. 한 타이어 업체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마스크·모자 쓰고 공동 행동을 하는데 개별 행위와 손해의 인과관계를 일일이 따져 증거를 제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노조법은 또 임금·단체협약은 물론, ‘근로조건’에 관해 노사 분쟁이 발생하면 파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노동계는 “사 측의 부당 노동 행위, 단체협약 불이행에 대항할 수 있다”며 환영하지만, 기업들은 “부당 해고, 해고자 복직, 구조 조정, 심지어 회사의 투자 결정을 명분으로 파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정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감성적으로 접근해선 안 되고 산업 현장의 현실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노조 행위가 극단화되면 기업 하기 힘든 나라가 돼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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