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공포에… “찜질방 가기도 찜찜” “택배 소독해달라”

조유미 기자 2023. 11. 16.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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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도 방역 나선 ‘빈대믹’
1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구 관계자와 방역업체가 빈대 특별 점검 및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전국 곳곳에서 빈대 신고가 이어졌다. 충남 천안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빈대가 발견됐고, 수원 주택가에도 빈대가 나타났다. 인천의 중학교 교실에선 학생이 빈대를 발견해 신고했다. 빈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지고 있다. 정부가 확인한 빈대 발생 건수 54건 중 46건이 수도권이다. 하지만 빈대 출몰 지역이 대전·충남·대구 등으로 계속 남하 중이다. 특히 부산시는 16일부터 나흘간 벡스코에서 개최하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에 외국 관광객 등 2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빈대 상륙’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공항·철도·항만 등에서 방제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처럼 빈대의 해외 유입과 전국 확산의 거점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자 중 희망자에 대해 수하물에 고온의 증기를 쏴 빈대를 잡는 장비의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수하물에 75도 이상의 증기를 분사하면 빈대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효과가 확인되면 전국 13개 공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코레일은 지난달 말부터 운행 중인 4172개 열차 전부에 소독약을 뿌리고 좌석에도 고온 증기를 쏘고 있다.

정부 빈대 대책본부 관계자는 “국내 빈대 발생이 아직 심각하지는 않지만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조처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시내 숙박업소와 목욕탕 등 3175곳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 방제를 마친 업소 입구에는 ‘빈대 제로 시설’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인다. ‘코로나 제로’ 스티커를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 지도’처럼 ‘빈대 맵’을 만든 LG CNS 소속 강재구(29)씨는 “5년간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한 경험을 살려 빈대 지도를 만들었다”며 “하루에 많으면 7건씩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빈대의 해외 유입을 걱정해 ‘해외 직구(직접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 반면 방제용품 판매는 급증했다. G마켓에 따르면 이달 1~7일 침구 청소기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40%, 고열 스팀기는 65% 늘었다. 해외 여행 커뮤니티에는 “다음 주 유럽 가는데 빈대가 걱정” “가도 되느냐”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목욕·찜질방 업계는 걱정이 많다. 코로나 타격을 겨우 회복하고 있는데 빈대 때문에 손님들이 방문을 다시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목욕탕 등에서 빈대가 발견된 사례는 1건인데도 손님들은 찜찜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코로나 때는 마스크라도 쓰고 이용했지만 빈대는 확실한 살충제도 없어 당황스럽다”고 했다.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빈대는 모기보다 흡혈량이 많다는 점, 한 번에 3군데 이상을 문다는 점 등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 된 것 같다”며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는 만큼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지난 9일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는 ‘빈대 10마리를 3000원에 사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층간 소음으로 고생이 많은데 빈대를 풀어 복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경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학교는 빈대 비상이다. 인천의 한 중학교는 빈대가 발견돼 한 달간 방제를 했는데도 다시 나타났다. 최근 교육부는 기숙사 등 학교 시설을 점검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그런데 빈대 업무 담당자를 지정하지 않으면서 일선 학교에선 보건 교사와 행정 직원 간에 ‘떠넘기기’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니가 잡아라, 빈대’인 셈이다. 학교 관계자는 “빈대 퇴치가 쉽지 않고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어 방제 업무를 선뜻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유미·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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