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하나의 공수처 희극 ‘검사들을 스피치 학원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년 예산에 ‘검사 스피치 교육’ 비용으로 2240만원을 배정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고 한다. 재판 역량을 높이기 위해 검사들을 사설 교육기관에 보내 발성과 발음, 시선 처리와 몸동작 등을 배우게 하겠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은 관련 증거와 진술로 하는 것이다. 수사가 탄탄하면 검사가 스피치 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다. 발성이나 시선 처리가 재판과 무슨 관련이 있겠나. 검찰은 이런 교육을 하지 않는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들이 재판 경험을 쌓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출범 후 3년간 기소한 사건이 단 3건이니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 문제는 수사력이지 재판 경험은 다음 문제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공수처’라고 하면 “아직도 있느냐” “뭐 하는 곳이냐”는 반응을 보인다. 어이없고 쓴웃음을 짓게 한 일들도 많아 희화화되고도 있다. 엉뚱한 문제를 1호 사건으로 기소해 무죄가 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 후배 검사를 ‘황제 조사’로 모셔 혀를 차게 했다. 검사 20여 명에 한 해 2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쓰면서 체포·구속 실적이 전무하다. 출범 후 4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은 다 기각됐다. 이제껏 사표 쓴 검사만 11명에 달한다. 며칠 전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진욱 공수처장이 국회에서 휴대전화로 자신의 후임자를 물색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메시지를 공수처 차장과 주고받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공수처장은 후임 추천 권한이 없어 그 자체로 부적절한 행위다. 난파선에서 온갖 희극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 같은 것이 지금 공수처 모습이다.
문재인 정권은 공수처가 마치 검찰 개혁의 꽃인 듯이 선전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 갖은 무리를 다 했다. 누더기 엉터리 선거법을 군소 정당에 쥐여주는 거래까지 했다.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공수처 검사들을 스피치 학원에 보내겠다고 국민 세금을 달라고 한 것은 이 웃지 못할 희극의 한 장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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