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이준석이라는 ‘어린 놈’

김창균 기자 2023. 11. 1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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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차 韓장관 건방지다는
宋에 “낡은 꼰대” 비웃으며
이준석의 싸가지 매도에는
나이 벼슬 작용한 것 아닌가
與가 李 밉다고 집단 린치
2030의 실망감 읽고 있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눈 후 나서고 있다./뉴스1

“이준석 플랫폼에 올라타는 2030, 野 경선이 결승전 되나”, “文정권의 반칙과 특권이 ‘젊은 매력 보수’ 불러냈다.” 2021년 초여름,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던 ‘이준석 돌풍’을 응원했던 두 편의 칼럼 제목이다. 진심으로 이준석이 한국 정치의 희망이라고 믿었다. 이 대표가 쉰내 나고 숨 막히는 보수 정당에 청량한 새바람을 몰고 오면, 수십년 586 운동권 프레임에 갇혀 있는 진보 정당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년이 흐른 그해 연말 “이준석 정치, ‘보약’ 대신 ‘독약’으로 기억될 건가”라는 칼럼을 쓰게 됐다. 석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세가 오락가락하는 긴박한 국면에서 이 대표의 내부 총질에 화가 난 보수 지지층의 심정을 담았다. 그로부터 또 반년이 흘렀을 무렵, “자해(自害)로 무너진 이준석, 그를 짓밟는 보수의 자해”라는 칼럼을 썼다. 정치 초우량주로 꼽히던 이 대표가 고속도로처럼 펼쳐져 있던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스스로 뭉갠 것도 안타깝지만, 이 대표를 상대로 분풀이 정치를 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0.73%p차로 당선시킨 2030과 6070의 세대 연합을 허무는 국민의힘도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인 이준석이라는 똑같은 소재로 불과 1년 사이에 주제가 오락가락하는 칼럼을 썼던 셈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대표의 성품을 진작에 파악 못한 점은 잘못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그를 품고 가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대표의 ‘싸가지’ 없는 발언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그에 대한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다. 대통령에게 이준석을 한 번 더 포용하라고 권할 자신이 없어졌다. 최근 연이어 불거진 이 전 대표의 “미스터 린턴” 발언과 “안철수씨, 조용하세요” 일화가 이런 심정을 더욱 굳히게 만들었다.

이준석 집단 매도에 대한 동참 결심을 급작스레 흔든 것은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의 “한동훈, 이 어린 놈이” 발언 파문이었다. 자신들은 30대부터 젊은 피 수혈이라는 특혜 코스로 정치 기득권층에 진입한 후 20년 넘게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려온 사람들이 50세 장관을 ‘열 살 차 나이 벼슬’로 찍어 누르려는 행태가 우습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문득 나를 포함한 꼰대 세대가 이준석 전 대표를 비난하는 논거도 결국 “이 어린 놈이” 프레임과 다른 것인가라는 불안감이 고개를 쳐들었다.

지난 대선 승부의 분수령이 된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2022년 1월 6일 국민의 힘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다시 손을 잡은 대목이었다. 윤 후보가 “이준석에 대한 분노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일반의 예상을 깨고 다시 그를 포용한 것이다. 이날 이 대표는 자신이 모는 자동차에 윤 후보를 ‘모시고’ 다음 일정 장소로 이동하면서 자신이 정치는 더 선배라면서 이런저런 훈수를 뒀다고 한다. 이 순간 윤 후보가 “더 이상은 이 자식과 안 되겠다”고 결심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필자도 이 일화를 전해 듣고 이준석에 대해 절망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만일 이준석이 윤 후보보다 나이가 열살쯤 많은 연배였다면 윤 후보도 필자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이준석과 이준석을 대하는 국민의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30대(여성)가 이런 답을 보내왔다. 필자와 비슷한 연배의 조선일보 독자들에게는 이준석 사태를 바라보는 2030세대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일부분을 옮겨 적는다.

“이준석이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젊은 사람에게 정치를 바꿀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동력을 스스로 소진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이준석이 말 못되게 하는 것도 인정한다. 그런데 우리도 정치인들 보면 솔직히 좋은 말이 안 나온다. 이준석이 그 광경을 내부에서 보면서 느꼈을 혐오감, 절망감을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멸시하는 눈빛과 날 서 있는 말투가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이준석은 나를 대신해서 정치인의 면전에서 정치 혐오를 외쳐 주는 사람이었다. 나의 속이 시원한 만큼 이준석의 정치 수명은 짧아질 수 있겠지만 이준석이 말하는 방향이 우리나라 정치가 회복되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준석을 집단 린치로 내모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의힘은 청년을, 개혁세력을, 소수자를 저런 식으로 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각인됐다. 성 상납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뒤집어씌웠다고 착각하겠지만 사람들은 윤석열과 국힘 할배들이 이준석 꼴 보기 싫어서 내쫓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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