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야,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이야?

고양/장민석 기자 2023. 11. 1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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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월드컵 팀 대회 이색 운영
게임처럼 점수 내면 파워 바 줄어
롤드컵 못지않게 재밌네 - 지난 14일 세계 태권도 월드컵 팀 챔피언십 시리즈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명미나(오른쪽)와 모로코 붐 오마이마가 발차기 공격을 주고받고 있다. 관중들은 마치 격투 게임을 보듯 전광판 ‘파워 바’를 통해 현재 점수를 볼 수 있다. 한국이 이날 모로코를 2대0으로 꺾었다. /장련성 기자

14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 월드컵 팀 챔피언십 시리즈 여자 단체전 결승. 격렬하게 주먹과 발차기 공격을 주고받는 한국과 모로코 선수들 뒤 LED 대형 전광판엔 ‘스트리트 파이터’나 ‘철권’ 등 비디오 격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헬스 바(Health Bar)’가 띄워져 있었다.

태권도 종목에선 이를 ‘파워 바’로 칭하는데 효과음과 함께 공격이 들어가며 상대 파워 바가 깎일 때마다 관중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2라운드 종료 33초를 남기고 대표팀 막내 홍효림(18·강원체고)이 30점짜리 회전 얼굴 공격을 적중시킨 장면이 하이라이트.

파워 바가 확 줄어들며 모로코는 전의를 상실했고, 한국이 1·2라운드를 모두 따내며 2대0으로 정상에 올랐다. 15일 남자 단체전에선 8강에서 한국을 꺾은 이란이 결승에서 호주를 2대0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과 중국, 이란, 멕시코 등 9국 67명의 선수가 참가해 1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는 파워 바를 사용하는 ‘파워 태권도’ 방식으로 진행되는 첫 국제 대회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도입돼 인기를 끌었던 단체전에 ‘파워 태권도’를 접목한 것.

3분 3라운드(3전 2선승제)로 치러지며, 3명으로 구성된 팀은 수시로 선수를 교대하면서 200점씩 주어지는 상대 파워 바를 먼저 없애면 승리한다. 3분이 지난 후에도 파워 바가 ‘0′이 된 팀이 없다면 많이 남아 있는 팀이 이긴다.

공격 배점은 몸통 10점, 얼굴은 15점. 여기에 회전이 들어가면 15점을 더한다. 반칙이나 공격 지연 등 소극적 행위를 한 선수는 5초간 패시브를 받는데 이 시간 동안은 파워 바가 2배로 사라진다.

즉 상대가 패시브를 받은 상태에서 회전 얼굴 공격에 성공하면 한 차례 공격으로 60점을 차감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발바닥 공격(5점)과 발등 공격(10점)의 배점을 차등화한 것. 포인트를 따기 위해 발바닥으로 미는 공격을 자주 시도해 ‘발 펜싱’이라 불렸던 오명을 씻고 더 공격적인 태권도를 구현하고자 도입한 규정이다.

한국 대표로 참가해 우승을 일궈낸 명미나(24·인천동구청)는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하다가는 한꺼번에 많은 점수를 잃을 수 있어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어야 했다”며 “실시간으로 파워 바가 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게임 캐릭터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재미있는 태권도’를 위해 2019년부터 국내 선수들이 경쟁하는 파워 태권도 경기를 열었고, 올해는 이 대회가 세계 태권도 연맹(WT) 주관 월드컵 국제 대회로 개편됐다.

양진방 대한 태권도 협회장은 “태권도는 지루하다는 인식을 깨고, 젊은 팬들에게 더 다가가고자 게임 요소를 집어넣은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당장 올림픽에 도입되기는 어렵겠지만,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OBS 등이 흥미롭다며 주목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긍정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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