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대고 칼치기… 걷기 겁나는 보행자 우선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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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8시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
보행자 우선도로는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을 분리하기 어려운 도로에서 보행자 통행권을 우선 보호할 필요가 있는 곳으로 시장이 지정한다.
대전의 보행자 우선도로는 4곳, 모두 서구에 있다.
근처 고깃집에서 일하는 최재영 씨(20)는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일부러 사람들을 위협하며 간다. 사람과 차가 뒤섞이니까 오히려 다른 길보다 여기(보행자 우선도로)가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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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m 이하로 주행해야 하지만 안전거리 안 지키고 고속 주행
시민들 “차-사람 뒤엉켜 위험”
명확한 기준 없어 단속 어려워
13일 오후 8시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 폭 10여 m의 백화점 근처 골목에서는 사람과 차, 오토바이가 뒤엉켜 뾰족한 경적 소리가 쉼 없이 나왔다. 이곳은 인도와 차도가 따로 분리돼 있지 않다. 길에서 만난 윤지희 씨(29·여)는 “사방에서 차나 오토바이가 튀어나온다. 이 도로를 걸으면 어지럽다”고 말했다.
이 길은 2월 6일 대전시가 지정·고시(제2023-19호)한 ‘보행자 우선도로’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을 분리하기 어려운 도로에서 보행자 통행권을 우선 보호할 필요가 있는 곳으로 시장이 지정한다.
● 자동차는 상전(上典), 보행자는 뒷전
대전의 보행자 우선도로는 4곳, 모두 서구에 있다. 총길이는 3.6km 정도다. 동별로는 도마동(297m), 월평동(564m), 용문동(1142m), 둔산동(1643m)이다. 둔산동 보행자 우선도로는 근처에 백화점이 있고 주점과 식당이 집중된 곳이다. 길바닥은 빨강·주황·회색 등을 섞어 포장해 일반 도로와 차별화했다. 도로 위에 하얀 글씨로 ‘보행자 우선도로’라고 쓰여 있고, 이를 알리는 파란 표지판이 있는데 앞면이 인도 쪽을 향해 돌아가 있었다. 표지판을 봐야 할 운전자 시각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뒷면만 보이는 상태였다.
이곳은 보행자가 차와 오토바이를 피하지 않고 다녀도 된다. 차와 이륜차는 시속 20km 이하로 다녀야 한다. 보행자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행자는 뒷전이었다. 견인차 한 대가 보행자 4명 뒤쪽으로 빠르게 들이닥쳤다가 까만 매연을 내뿜으며 빠져나갔다. 김형진 씨(24)는 “견인차나 비싼 외제차들이 자랑하듯 엔진 출력을 높여 큰 소리를 내며 달린다”면서 “좁은 길에서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 일명 ‘칼치기’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이륜차들도 사람들 틈을 헤집으며 곡예 운전을 하기 일쑤다. 근처 고깃집에서 일하는 최재영 씨(20)는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일부러 사람들을 위협하며 간다. 사람과 차가 뒤섞이니까 오히려 다른 길보다 여기(보행자 우선도로)가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범칙금에 벌점까지 단속은 어려워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를 지켜야 한다. 보행자 옆을 지날 때는 안전한 거리를 두고 천천히 가야 한다. 차량이 보행자에게 방해가 되면 천천히 가거나 잠시 멈춰야 한다. 24시간 적용된다. 지키지 않으면 범칙금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범칙금은 이륜차 3만 원, 승용차 4만 원, 승합차(11인승 이상) 5만 원이다.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일단, 경찰관이 현장에서 단속해야 하는데 보행자 우선도로에 매달려 있기에는 인원이 넉넉하지 못하다.
또 단속해도 안전한 거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처리 과정에서 경찰관과 운전자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 보행자를 먼저 배려하는 운전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 동안 대전에서 일어난 보행 교통사고는 총 3648건이다. 같은 기간 대전지역 전체 교통사고(2만1083건)의 17%를 차지한다. 84명이 목숨을 잃었고 3697명이 다쳤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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