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지 않고, 동력 없어도… 주입 가능한 수액팩 개발

박현익 기자 2023. 11.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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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5만5000여 명이 사망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현장에서 수액팩 여러 개를 한 손에 쥐고 뛰어다니는 의료진을 보며 이런 불편함을 해결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인 백 씨는 "어릴 적 2008년 쓰촨성 대지진을 직접 경험했다"며 "당시 열악한 재난 현장에서 의료진이 수액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봤는데 이번 튀르키예 지진 현장을 접하며 정말 개발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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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팀,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우승
홍익대 4학년 채유진, 백원, 김대연, 신영환 씨가 국제 학생 공모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에서 최종 우승한 골든캡슐. 수액팩을 들고 있지 않아도 무동력으로 환자에게 수액을 주입할 수 있어 재난 현장 등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다이슨 제공
“올 초 5만5000여 명이 사망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현장에서 수액팩 여러 개를 한 손에 쥐고 뛰어다니는 의료진을 보며 이런 불편함을 해결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제 학생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공모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3’에서 최종 우승한 홍익대 ‘골든캡슐’ 팀은 13일 이같이 전했다. 이 학교 산업디자인과 4학년 채유진(23)·백원 씨(26)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4학년 김대연(26)·신영환 씨(25) 등 4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수액팩을 위에서 들고 있지 않아도 무동력으로 주입할 수 있는 골든캡슐을 개발해 공모전에서 우승했다. 2005년부터 매년 열리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혁신 아이디어에 상을 수여한다. 올해 국제전 최종 우승작 상금은 3만 파운드(약 5000만 원)이다. 한국팀이 최종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팀원들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이전에도 각자의 경험을 통해 문제의식을 키워왔다. 채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입원했을 때 한 번에 2, 3개씩 수액을 투여받는데 걸어두는 거치대가 너무 커 화장실 문조차 열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어떻게 하면 링거를 들지 않아도 될까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중국인 백 씨는 “어릴 적 2008년 쓰촨성 대지진을 직접 경험했다”며 “당시 열악한 재난 현장에서 의료진이 수액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봤는데 이번 튀르키예 지진 현장을 접하며 정말 개발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골든캡슐은 중력 대신 탄성과 기압 차를 활용해 높이 차를 확보하지 않아도 수액 주입이 가능하게끔 설계됐다. 별도 전력이 필요 없어 전력 보급이 어려운 재난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골든캡슐 팀은 개발 과정에서 국내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과 쓰촨성 지진 구조 현장에 참여했던 중국 의료진 3명 등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채 씨는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도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며 “IRB 이후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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