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 열전] [210] 범려(范蠡)의 지혜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3. 11.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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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익숙한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오나라와 월나라는 서로 피 말리는 경쟁을 한 나라들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상담(嘗膽)은 월나라 임금 구천(句踐)이 오나라에 패한 이후 복수를 다짐하며 늘 쓸개를 맛본 데서 나온 말이고, 와신(臥薪)은 오나라 임금 부차가 월나라에 패한 이후 복수를 다짐하며 섶에서 잠을 잔 데서 나온 말이다.

결국 구천이 승리를 거두는데 그에게는 범려(范蠡)라는 1등 공신이 있었다. 사마천 ‘사기’가 전하는 범려의 공적이다.

“범려는 월나라 왕 구천을 섬기면서 온갖 고생을 겪었고 애써 노력했으며 20여 년간 심오한 계책을 세워 결국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회계산에서의 치욕을 갚아주었다. 그 후에 북쪽으로 군대를 거느리고 회하를 건너 제나라와 진나라에 이르러 중원을 호령하며 주나라 왕실을 받듦으로써 구천은 패자(霸者)가 되었고 범려는 상장군에 올랐다.”

범려는 월나라로 돌아오자마자 구천에게 떠나겠다고 밝혔다. 구천은 월나라 땅을 떼어주겠다며 만류했지만 미련 없이 떠났다. 범려는 떠나면서 함께 구천을 섬겼던 책사 문종(文種)에게 함께 떠날 것을 권했다. 그때 한 말이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이 말은 훗날 유방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되는 한신 입에서도 나온다. 범려가 보낸 편지 일부다.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먹히는 법이오. 구천이라는 사람은 실로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함께할 수 없소. 어찌 그대는 서둘러 월나라를 떠나지 않는 것이오?”

문종은 범려 말을 따르지 않고 월나라에 남았다. 대신 병을 핑계로 조회에 나가지 않았다. 이에 어떤 사람이 문종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모함했다. 구천은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내려주며 자살을 명했다.

1년 전만 해도 천하를 다 가진 듯했던 한 의원이 요즘 코너에 몰려 쥐 신세가 되자 고양이 아니라 호랑이에게라도 덤빌 기세이다. 범려의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 자업자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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