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팍한 스타트업 같은 창작집단, 미스치프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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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버킨백을 잘라 '버켄스탁' 샌들로 만든다면?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회화 속 여러 개의 색점을 하나씩 잘라 따로 판다면?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외치는 창작 그룹 '미스치프(MSCHF)'의 그간 활동을 선보이는 전시 'MSCHF: NOTHING IS SACRED'가 10일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개막했다.
미스치프가 만든 게임, 상품, 퍼포먼스 등 100여 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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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 기반으로 모인 20여명
특이한 한정판 공개로 화제 모아
작품 100여점 대림미술관 전시
미스치프는 2019년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설립된 20여 명의 그룹이다. 구성원에는 예술가,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개발자, 변호사도 포함돼 스타트업을 연상케 한다. 다만 이들이 무엇을 판매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2주마다 웹사이트에 새로운 한정판 작품을 공개하며 온라인에서 화제와 논란을 일으켜왔다.
가장 시끄러운 소동을 만든 제품은 2021년 ‘나이키 에어맥스 97’을 커스텀 제작한 ‘사탄 신발’이다. 미스치프는 이때 팝스타 릴 나스 엑스와 협업해 에어솔에 사람의 피를 한 방울씩 넣은 ‘사탄 신발’ 666켤레를 제작, 판매했다. 신발이 논란이 되자 나이키가 ‘공식 협업이 아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 신발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회수하는 조건으로 마무리됐다.
전시는 이 신발을 포함한 그간의 활동들을 크게 5개 부문으로 나누어 조명한다. 첫 번째 ‘아카이브’ 섹션은 미스치프가 발간한 매거진 8권을 디지털 버전으로 선보인다. 매거진에는 발표 상품, 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 등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두 번째 ‘멀티플레이어’ 섹션에서는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게임이 등장한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숫자가 올라가거나,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만큼 포인트가 높아지는 등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게임이다.
세 번째 섹션 ‘모두를 위한 사기, 하나를 위한 사기’에서는 사회 구조를 풍자한 시도가, 네 번째 섹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외 다른 모든 것들은 마스터카드로’는 현대인의 물질적 소유와 소비 심리를 꼬집은 프로젝트들이 담겨 있다. 마지막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섹션에서는 ‘사탄 신발’, ‘예수 신발’과 허스트의 회화를 조각낸 ‘잘린 점들’, 앤디 워홀의 판화 1점과 가품 999점을 섞어 판매한 ‘어쩌면 앤디 워홀의 ‘요정’ 진품’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대림미술관이 2년 반 만에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이여운 전시디렉터는 “즉각적이고 재치 있게 사물과 대중문화를 건드려 이야기를 풀어내는 미스치프가 일상을 예술로 만들자는 미술관의 미션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년 3월 31일까지. 3000∼1만7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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