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한 줄 알았는데”… 맹장염 의심되면 가까운 응급실로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2023. 11.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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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운 요즘 직장인 김연화(가명·47) 씨는 갑자기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충수는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주머니 모양으로 연결된 소화기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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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충수염에 대한 Q&A
설사부터 시작하는 장염과 달리, 복통-소화 불량 후 증상 이어져
오른쪽 배 눌렀을 때 압통 발생… 방치 땐 복막염으로 번질 수 있어
예방법 따로 없고 가족력 주의를
게티이미지코리아
날씨가 추운 요즘 직장인 김연화(가명·47) 씨는 갑자기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후 구역감과 설사를 동반하면서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겨울철에도 바이러스로 인해 식중독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인근 병원을 향했는데 급성충수염(맹장염) 진단을 받았다. 충수는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주머니 모양으로 연결된 소화기관을 말한다. 맹장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염증이 일어나면 급성충수염이 발생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과 김광용 교수는 “급성충수염은 단순히 체했다고 생각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면서 “또 20, 30대 젊은 연령층에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맹장염은 나이와 상관없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도움말로 급성충수염의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

● 겨울에도 발생… 복통-설사 땐 의심해야

―겨울철 복통과 설사를 하면 급성충수염을 의심해야 되나.

“급성충수염은 해외 연구에 따르면 여름철에 10∼20% 더 잘 생기지만, 국내에선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장염의 일종이기 때문에 단순 증상만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단순 장염은 설사나 오심, 구토가 발생한 뒤에 복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급성충수염은 복통이 선행되며 이후 설사나 구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20%에서는 오심,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모호한 상복부 통증과 소화불량의 증상이 있다가 반나절이나 하루 지나서 우측 하복부로 국한되는 통증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보통 장염 등은 아픈 부위를 눌렀을 때 압통이 없지만 급성충수염은 오른쪽 배를 눌렀을 때 압통이 있을 수 있다.”

―오른쪽 배가 아프면 급성충수염인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과 김광용 교수가 급성충수염으로 의심되는 환자의 우측 하복부 부위를 누르며 압통이 있는지 체크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오른쪽 배가 아프다고 다 급성충수염은 아니다. 우측 복부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급성충수염, 게실염, 요로결석, 대장암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 부인과 관련 장기가 하복부 내 위치해 급성충수염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하복부에서 통증이 생기고 마치 생리통처럼 골반통이나 허리 통증이 동반되면 자궁 및 난소 질환 등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른쪽 배가 아플 경우 이러한 여러 질환들을 고려하는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급성충수염이 의심된다면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야 하나.

“가까운 병·의원 및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전신마취가 가능하고 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면 수술(복강경 충수절제술)을 할 수 있다. 급성충수염의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 천공성 맹장염을 비롯한 복막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급성충수염의 경우 대학병원과 같은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급성충수염은 대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복부 초음파로 진단한다. 최근엔 복부 CT를 더 선호하나 조영제에 부작용이 있거나 CT 촬영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 초음파를 시행한다. 복부 자기공명영상(MRI)은 일반적으로 시행하지 않지만 산모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할 수 있다,”

● 기본 치료는 수술… 가족력도 영향

―급성충수염은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나.

“맹장염의 기본 치료는 수술이다. 다만 환자의 상태나 맹장염의 중한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환자가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전신마취의 위험성이 높을 땐 수술보다 항생제 치료를 선택하기도 한다. 또 천공성 급성충수염 및 국소적인 복막염으로 대장 절제를 동반한 큰 수술이 예상되는 경우 우선 항생제 치료를 한 뒤 추후 수술을 고려한다.”

―평소 과식이나 음주를 많이 하면 급성충수염에 잘 걸리나.

“과식이나 술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진 않는다. 다만 과도한 음주나 과식은 급성충수염의 악화나 합병증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족 구성원 중 급성충수염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급성충수염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급성충수염이 걱정스러워 선제적으로 제거하기도 하나.

“예방적 수술을 권유하지 않는다. 초기에 진단된 급성충수염은 수술적 난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선제적 제거보다는 진단 후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급성충수염의 생활수칙 팁
▶ 맹장염을 따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바로 수술을 받는 게 좋다.
▶ 수술 직후 수일간의 금식이 필요하다.
이후 골고루 먹는게 좋다.
▶ 수술 후 산책이나 조깅 등의 가벼운 운동은 도움이 된다.
▶ 수술 후 약 2∼3주 회복기간엔 금주 및 금연이 필요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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