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김포의 서울 편입, 거꾸로 가는 지방시대
그렇지 않아도 바람 잘 날 없는 정치권에 강력한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국민의힘이 서울에 인근 김포시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로 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집권당이 이 이슈에 앞장서고 있어 더 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엄청나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그 격차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은 비수도권의 인구와 자원을 빨아 당기는 블랙홀로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서울을 더 거대한 몸집으로 키우겠다는 것은 수도권 초집중을 심화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소멸의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음이 반복해서 울리는 상황이지 않은가. 김포의 서울 편입 추진이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키는 취지라는 주장은 김포뿐만이 아니라 구리 광명 등 서울 인근 도시를 비롯한 경기도의 주요 지역이 서울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인천과 경기도의 위상과 역할 축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나아가 충청권과 영남권과 호남권 인구를 더 강력한 흡입력으로 유입시켜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서울공화국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메가시티’는 우리 사회에서 거점 및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간 산업 문화 교통 등 기능적 연계를 강화하는 규모의 경제, 내발적 발전, 지역주도형 균형발전, 분권형 광역지방정부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광역시·도 단위의 초광역적 연합을 위해 사용해온 용어다. 좀 더 정확히는 광역권역을 일컫는 ‘메가시티 리전’의 뜻이다.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광주 전남, 충청권 등의 초광역적 연합을 강화하는 메가시티 추진 논의가 그에 해당하는 것으로, 김포의 서울 편입과 같이 특정 대도시에 인근 지역을 통합하는 방식이 아니다. 비수도권 각 권역의 초광역적 연합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수도권 초집중을 해소하고 지방소멸의 위기를 헤쳐나가 국가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절실한 국가 과제인 것이다. 이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 할 수 있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정치권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수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시행을 눈앞에 두었던 부울경 메가시티(광역연합)가 9개월 전에 좌초된 과정이 생생한데, 당시 집권 여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3개 시·도의 시장과 도지사는 같은 당 소속이지만 중앙당 차원에서 이 메가시티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어떠한 의미 있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느닷없이 메가시티를 들고 나와 그 실천적 개념과 추진 방향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도 없이 서울 수도권에, 그것도 서울을 키우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뜬끔없는 일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11월 7∼9일, 전국 1001명 대상), 경기와 인천은 물론 서울시민까지도 60% 가까이 김포 서울 편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음을 보면 총선 전략으로도 그리 유효한 방안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더 이상 나가면 수렁에 빠지는 형국이 될 것이다. 조속히 김포의 서울 편입 추진을 중단하고 비수도권을 우선으로 메가시티(광역연합)추진에 나서야 한다. 입법 조직 재정 등 전반적으로 한층 강화된 분권형 부울경 메가시티를 필두로 5개의 권역별 메가시티와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한 4개 특별자치시·도로, 나아가 수도권 충청권 강원도를 포괄하는 중부권과 호남권 영남권을 포괄하는 남부권 축으로 국가운영체계의 혁신을 설계해야 한다. 성급하지 않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이상 때를 놓치지 않게 추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인 당의 입장 없이 개별 의원 차원의 산발적인 주장만 드러내고 있다. 이는 지난 정부, 집권 여당 시기에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했던 것에 비추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최근에야 실질적으로 가동됐다. 지방시대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고 여당이 앞장서 정부는 물론, 야당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명실상부 메가시티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정쟁이 있을 수 없다. 보수진보의 이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가는 지방시대를 하루속히 되돌려 정주행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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