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잇는 미술계 ‘대표 화방’ 만들 것” [레거시 in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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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운영하실 때부터 오던 손님들을 보면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선을 다하다 보니 이제 저를 믿고 찾아오는 단골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대를 이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을 지키는 호미화방의 조석현 사장(67)은 13일 '롱런'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조 사장은 "일본에선 라면가게도 100년씩 운영한다는데 우리도 한번 길게 해보자며 아들을 끌고 왔다"며 "3대를 이어 100년 넘게 영업하는 가게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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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개업 후 홍대 앞 지켜와… 고품질 재료-자체 제작 기계 판매
과제하는 학생들 배려해 연중무휴
직장 생활에 지쳐 가업 이어받아… “3대 이어 백년 가게로 남고 싶다”
대를 이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을 지키는 호미화방의 조석현 사장(67)은 13일 ‘롱런’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호미화방은 1975년 조 사장의 아버지인 조사순 회장이 문을 열었다. 1987년 조 사장이 물려받으며 지금까지 홍대 앞을 지키고 있다.
처음에 14평(약 46.2㎡)에 불과했던 가게는 이제 400평(약 1320㎡)으로 건물 1, 2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조 사장은 부인 김경희 대표와 함께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2020년 “미술계의 상징적인 화방으로 보존 가치가 있다”며 호미화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 1975년부터 홍대 앞 지킨 화방
기자가 화방을 방문한 13일 내부에는 20대 대학생부터 관광 책자를 든 외국인 관광객까지 손님 수십 명이 진열된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물감, 붓, 종이 같은 기본적인 미술 재료부터 자체 제작한 판화용 동판 프레스기까지 상품 종류도 다양했다.
조 사장은 “동판 프레스기는 일본에서 들여와 팔았는데 고가인 데다 수리도 힘들어 직접 제작했다”며 “설계도를 만들고 청계천, 문래동 등을 쫓아다니며 구한 부품으로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저렴하게 팔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이 처음부터 화방을 물려받을 생각이었던 건 아니다. 다니던 직장에서 심신이 지쳤을 때 아버지가 “네가 안 하면 가게를 팔겠다”고 선언한 후에야 대를 잇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조 사장은 “물려받을 때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이제 천직이 됐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해 대하면서 단골도 늘었다. 특히 홍익대 학생들과는 두터운 정과 신뢰를 쌓았다. 조 사장은 “예전엔 공모전이나 전시회가 있으면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작업하던 학생들이 뛰어와 내리던 셔터를 잡고 통사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퇴근 시간이 한두 시간씩 늦어지더라도 물감 잔뜩 묻히고 온 학생들을 보면 일찍 문을 닫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 “학생들이 아침에 바쁘니 물건을 그냥 가져갔다가 오후에 계산하러 오는 경우도 많았다”며 “일부는 나중에 취직했다면서 음료수를 들고 찾아와 ‘신세 많이 졌다’며 물건들을 더 사기도 했다”며 웃었다.
● “100년 가게 만들겠다”
호미화방은 화방이 많은 홍대 앞에서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위해 밤 12시까지 운영했는데 2001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영업 시간을 단축했다.
화방에는 조 사장의 둘째 아들인 은상 씨(35)도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일했던 은상 씨는 10여 년 전 가업을 잇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화방 일을 배우고 있다. 조 사장은 “일본에선 라면가게도 100년씩 운영한다는데 우리도 한번 길게 해보자며 아들을 끌고 왔다”며 “3대를 이어 100년 넘게 영업하는 가게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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