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잇는 미술계 ‘대표 화방’ 만들 것” [레거시 in 서울]

이소정 기자 2023. 11.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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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운영하실 때부터 오던 손님들을 보면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선을 다하다 보니 이제 저를 믿고 찾아오는 단골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대를 이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을 지키는 호미화방의 조석현 사장(67)은 13일 '롱런'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조 사장은 "일본에선 라면가게도 100년씩 운영한다는데 우리도 한번 길게 해보자며 아들을 끌고 왔다"며 "3대를 이어 100년 넘게 영업하는 가게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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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호미화방
1975년 개업 후 홍대 앞 지켜와… 고품질 재료-자체 제작 기계 판매
과제하는 학생들 배려해 연중무휴
직장 생활에 지쳐 가업 이어받아… “3대 이어 백년 가게로 남고 싶다”
한 손님이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 있는 호미화방에서 미술 재료를 구입해 나오고 있다. 호미화방은 1975년 문을 열고 반세기 가까이 홍대 앞을 지켜온 터줏대감으로 2020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아버지가 운영하실 때부터 오던 손님들을 보면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선을 다하다 보니 이제 저를 믿고 찾아오는 단골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대를 이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을 지키는 호미화방의 조석현 사장(67)은 13일 ‘롱런’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호미화방은 1975년 조 사장의 아버지인 조사순 회장이 문을 열었다. 1987년 조 사장이 물려받으며 지금까지 홍대 앞을 지키고 있다.

처음에 14평(약 46.2㎡)에 불과했던 가게는 이제 400평(약 1320㎡)으로 건물 1, 2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조 사장은 부인 김경희 대표와 함께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2020년 “미술계의 상징적인 화방으로 보존 가치가 있다”며 호미화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 1975년부터 홍대 앞 지킨 화방

기자가 화방을 방문한 13일 내부에는 20대 대학생부터 관광 책자를 든 외국인 관광객까지 손님 수십 명이 진열된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물감, 붓, 종이 같은 기본적인 미술 재료부터 자체 제작한 판화용 동판 프레스기까지 상품 종류도 다양했다.

조 사장은 “동판 프레스기는 일본에서 들여와 팔았는데 고가인 데다 수리도 힘들어 직접 제작했다”며 “설계도를 만들고 청계천, 문래동 등을 쫓아다니며 구한 부품으로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저렴하게 팔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이 처음부터 화방을 물려받을 생각이었던 건 아니다. 다니던 직장에서 심신이 지쳤을 때 아버지가 “네가 안 하면 가게를 팔겠다”고 선언한 후에야 대를 잇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조 사장은 “물려받을 때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이제 천직이 됐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해 대하면서 단골도 늘었다. 특히 홍익대 학생들과는 두터운 정과 신뢰를 쌓았다. 조 사장은 “예전엔 공모전이나 전시회가 있으면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작업하던 학생들이 뛰어와 내리던 셔터를 잡고 통사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퇴근 시간이 한두 시간씩 늦어지더라도 물감 잔뜩 묻히고 온 학생들을 보면 일찍 문을 닫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 “학생들이 아침에 바쁘니 물건을 그냥 가져갔다가 오후에 계산하러 오는 경우도 많았다”며 “일부는 나중에 취직했다면서 음료수를 들고 찾아와 ‘신세 많이 졌다’며 물건들을 더 사기도 했다”며 웃었다.

● “100년 가게 만들겠다”

호미화방은 화방이 많은 홍대 앞에서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위해 밤 12시까지 운영했는데 2001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영업 시간을 단축했다.

화방에는 조 사장의 둘째 아들인 은상 씨(35)도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일했던 은상 씨는 10여 년 전 가업을 잇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화방 일을 배우고 있다. 조 사장은 “일본에선 라면가게도 100년씩 운영한다는데 우리도 한번 길게 해보자며 아들을 끌고 왔다”며 “3대를 이어 100년 넘게 영업하는 가게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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