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무한 재활용’ 울산 클러스터 첫삽
1800년대 중반 처음 발견된 플라스틱은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았다. 대규모 벌목이 필요한 종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0년이 지난 지금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다. 이런 플라스틱도 기술 발전 덕에 재활용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아주 잘게 쪼갠 뒤 다시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어서 두세 번 재활용하면 품질이 떨어지게 돼 결국엔 폐기해야 한다. 이런 플라스틱을 사실상 무한 재활용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공장이 울산에 들어선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15일 울산광역시에 있는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기공식을 열었다. 축구장 22개 넓이의 클러스터에는 1조8000억원이 투자된다. 2025년 완공돼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새로운 방식의 대규모 플라스틱 재활용의 길이 열리게 된다.
◇대부분 플라스틱 재활용 가능해져
울산 ARC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플라스틱을 무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전과 달리 화학적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가정에서 버리는 폐플라스틱의 종류는 다양한데, 이를 재활용하기 위해선 저마다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울산ARC엔 3가지 재활용 기술이 함께 적용돼 있어 플라스틱 용기·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PP(폴리프로필렌)와 유색 페트병, 폴리에스터 원단,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과자 봉지 같은 폐비닐까지 재활용할 수 있다. 회사 측은 “3가지 기술을 한곳에 모은 것은 울산 ARC가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이다”라고 했다.
2026년 울산ARC가 본격 가동되면 매년 폐플라스틱 32만t이 이곳에서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되거나 땅에 묻히는 폐플라스틱(350만t)의 10%를 재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50년 생산되는 전 세계 플라스틱의 60%는 재활용 플라스틱일 것”이라고 했다.
◇첫 삽 뜨기도 전에 30% 선판매
이번 울산 ARC에는 글로벌 재활용 기술력을 가진 화학사들도 함께했다. 해중합(첨가물을 넣어 분해하는 방식) 기술을 가진 캐나다의 루프, 고순도 PP 추출 기술을 가진 미국의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열분해 기술을 가진 영국 플라스틱에너지가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다. 대니얼 솔로미타 루프 사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학 제조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SK지오센트릭은 루프에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했다. 더스틴 올슨 PCT 사장도 “한국은 제조업을 선도하고 전문 인력을 가진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 기술 시설을 구현하기에 최적의 지역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ARC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주문이 잇따라 예상 생산 물량의 30%를 이미 판매했다. 회사 측은 2025년 말 완공 전 70% 선판매를 목표로 한다. 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고, 6년 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2020년 한국 최초의 화학 공장인 나프타 분해 설비(NCC)를 선제적으로 가동 중지했을 만큼 화학 산업이 위기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핵심 기술을 보유한 울산 ARC를 통해 국내 화학 산업의 르네상스를 다시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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