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구세대·신세대

경기일보 2023. 11.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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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민 인천산업디자인협회 회장·인하대 디자인융합학과 교수

지하철 안에서 경험했던 일이다. 꾸벅꾸벅 앉아 졸면서 약속 장소로 향하는데, 옆쪽에서 들리는 큰 소리에 잠이 깼다. 상황인즉슨 서 계신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게 앞에 앉아 있는 학생이 바로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사실은 젊은 학생도 다리가 불편해 앉아있던 것이고 외관상 드러나지 않으니 서 계신 어르신이 이를 불쾌히 여겨 꾸짖고, 다시 이에 대해 젊은 학생은 억울했고 민망해 목소리가 커진 것이었다. 겉으로는 ‘노인 공경을 하지 않은 젊은이의 불찰’ 정도로 이해될 수 있는 사건일 수 있겠지만 사건을 잘 들여다보면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어르신의 불찰'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약속을 끝내고 귀가하는 지하철에서도 계속 아까의 학생과 어르신의 일이 생각나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요즘 다양한 언론매체와 방송들은 새로운 세대인 MZ세대를 이야기하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가 얼마나 다른지, 특이한지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그들의 문화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잠재력과 힘이 있는지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이제 K-웨이브로 대변되는 새로운 문화의 힘을 세계에 펼칠 수 있게 된다는 것으로 마치 그 이전에는 새로운 신세대는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필자가 신세대라 불리던 시대가 있었다. 1991년, 대학 1년생, 청춘의 91학번, 오렌지족과 낑깡족이 등장하고 퍼스널컴퓨터, 인터넷 무선통신 등의 신문물을 처음 접하고 자라온 세대에게도 그 당시의 언론과 방송들은 우리를 별종으로 이야기하면서도 당당하고 개성 넘치는 세대로 이야기하며 ‘X세대의 새로운 등장’이라고 이야기했다. 필자에게 1990년대의 대학생활은 가능성, 자신감과 함께 번민과 걱정으로 가득한 시절로 기억된다.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젊음은 주어지며 이는 신이 인간에게 준 평등한 선물일 것이다. 그때의 나는 젊고, 패기 있고, 실수투성이였지만 신세대였다. 그 당시에도 많은 구세대의 어른들이 우리들의 젊음을 어리석고, 배려 없고, 자신만 알고, 나약하고, 무계획하며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걱정 가득한 전례 없는 세대라 정의 내리곤 했다. ‘너희 세대는 우리 때와 다르게 왜 그렇게 일반적이지 않고 특이하냐’며 별종 취급을 했다. 그러한 별종이 구세대가 돼 신세대를 바라보니 그때 우리가 들었던 말들이 지금의 신세대에게 어찌나 똑같이 지금에도 반복되는지 공공장소에서 젊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볼 때마다, 집에서 아들을 볼 때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반복되는 재생버튼과 같이 느껴진다.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결국은 삶을 다하고 죽는다. 이러한 불변의 진리에 예외는 없다. 신세대는 구세대가 되고 구세대는 예전에 신세대였다. 역지사지(易地思之·처지를 서로 바꿔 생각하다)라는 사자성어야말로 세대 간 갈등의 이슈가 관심을 받는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격언이 아닐까. 구세대에게 신세대는 위태롭고 과격하다. 하지만 역사의 발전과 혁신은 그들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의식으로 이뤄졌다. 또 신세대에게 구세대는 구태하고, 지루하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통해 인류는 위험을 감소시키고 안정적 번영을 누려왔다. 아마 지하철에서의 어르신께서도 패기로 가득한 신세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또 젊은 학생은 언젠가 연륜이 가득한 구세대가 될 것이다. 그렇다. 구세대와 신세대는 그런 관계인 것이다. 더 이상의 반목과 불화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는 모두 하나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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