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스트로크의 힘’ 최원준, 위마즈 꺾고 PBA투어 우승…1539일만에 두 번째 정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드럽고 간결한 스트로크의 힘이었다.
만약 최원준이 우승을 놓쳤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실수였다.
우승 인터뷰에서 최원준은 "19/20시즌 첫 우승할 때 '반짝'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속상했다. 그때 우승이 (저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줘 고마웠는데, 우승 이후(성적부진으로) 양지에서 음지로 갔다"며 "앞으로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마즈에 세트스코어 4:2 승리
19/20시즌 3차전 후 두 번째 우승 트로피
그동안 ‘반짝’오명에 시상식서 눈물
웰뱅톱랭킹상 강동궁(애버 2.813)
명승부였던 최성원과의 4강전을 힘들게 거치고 불과 2시간만에 결승전을 치렀음에도 챔피언으로서 손색없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명품 스트로크’ 최원준(45)이 1539일만에 PBA 정상에 올라,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었다.
최원준은 15일 밤 경기도 고양 킨텍스PBA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3/24시즌 6차전 ‘NH농협카드 PBA챔피언십’ 결승에서 위마즈를 세트스코어 4:2(15:5, 14:15, 10:15, 15:3, 15:9, 15:2)로 물리쳤다.
반면 22/23시즌 3차전(TS샴푸배) 이후 두 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위마즈는 최원준의 폭발적인 공격에 무릎을 꿇었다.
최원준은 1세트를 후반 이후 집중타로 15:5(6이닝)로 따냈지만 2, 3세트를 연거푸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난구와 뱅크샷에서는 정확도가 높았으나, 옆돌리기와 대회전 등 기본공에서 실수를 범했다. 특히 2세트 14:13 세트포지션에서 옆돌리기를 실패해 14:15로 진게 아쉬웠다. 만약 최원준이 우승을 놓쳤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실수였다.
승부의 분수령인 6세트. ‘선공’ 최원준의 공격이 초구부터 불을 뿜으며 4이닝만에 13:9로 앞서갔다. 4이닝에 14:9를 만들었지만 그닥 어렵지 않은 뒤돌리기를 실패했다. 결국 다음 이닝서 깔끔한 옆돌리기로 6세트도 따냈다.
우승 인터뷰에서 최원준은 “19/20시즌 첫 우승할 때 ‘반짝’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속상했다. 그때 우승이 (저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줘 고마웠는데, 우승 이후(성적부진으로) 양지에서 음지로 갔다”며 “앞으로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다음은 시상식 후 최원준, 위마즈 선수와 가진 공식기자회견 내용이다.
[우승자 최원준]
▲우승 소감은.
=PBA 초창기때는 자신감이 있었고, 당구도 많이 쳤다. 그러나 우승하고 나서부터 그 자리를 지키기가 어렵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긴 슬럼프를 겪었다. 스트로크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안됐다. 처음엔 안되는 이유에 대해 변명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현실적인 부분을 직시했다. 고민하고 연습했다.
사실 블루원엔젤스 엄상필 선수가 팀 리더였는데, 그의 조언이 저의 선수 생활의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제가 갖지 못한 것들을 보완해줬고,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승해서 너무 기쁘고, 이 날이 다시 올 줄 몰랐다. PBA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다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열심히만 치자라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왔다. 컨디션보다는 멘탈을 잡았던 것이 우승 요인이라 본다.
▲ ‘반짝 우승’ 이라는 말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당시(PBA 출범 시즌)에는 다비드 마르티네스 선수가 누군지도 몰랐다. 선수들 이름도 몰랐고, 어떤 기량을 가졌는지도 몰랐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쳤다. 우승 후에 시즌이 지나오면서 어떤 선수인지 알게 됐다. 이후 새로운 큐를 쓰게 됐는데 슬럼프에 빠졌다. 그때는 큐가 그렇게 중요한 지 몰랐다. 당연히 ‘반짝우승’이라 생각했을 만하다. 그 사이 밑바닥부터 4년 동안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올라왔고, 지금은 조금 탄탄하다고 생각한다. 한때 멘탈 교수님과도 상담을 했는데, “우승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그 이후 바닥으로 내려가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고 하셨다. 서서히 경험을 쌓고 우승하는 것이 다음 시합이나 앞으로의 선수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블루원엔젤스 방출 이후에도 엄상필 프로에게 도움을 받았나.
=그렇다. 팀리그 소속이었을 때도, 방출 이후에도 개인투어 때 만나서 상담을 많이 했다. 최근도 마찬가지다. 제 당구인생에서 신선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어떤 점이 가장 충격적이었나) “공을 무서워하지 말고 끝까지 공을 봐라. 대충 치고 하늘에 맡기지 말라”는 말이 가장 가슴에 와닿았다. 공을 칠 때는 정확하게 어떤 경로로 칠 것인지 설계해야 하는데, “대충 이쯤이면 맞겠지” 하고 운에 맡기지 말라는 뜻이다. 대부분 선수들이 세트 경기를 하다 보면 정신적인 타격이 큰데, 자다 일어난 듯한 멍함을 느끼기도 한다. 내 머리와 팔이 따로 놀 때가 있는데, 그렇더라도 공을 무서워하지 말고 끝까지 샷을 하라는 얘기다.
▲연승 가도를 달리던 최성원의 기세를 꺾었는데. 4강전이 이번 우승의 분수령이었다.
=역대급 경기였다. 이전까지 (최)성원이 형을 직접 경기로 겪어보진 못했다. 주위에서 많은 얘기를 듣기만 했다. 직접 만나 보니 서서히 늪에 빠지는 느낌이더라. 2세트까지만 해도 치고 나갈 때라 몰랐는데, 3세트부터 서서히 어려웠다. 경기운영을 안 하는 것 같은데, 하고 있고. 그런 모습들이 너무 자연스럽다. 그 모습을 보고 정말 커리어가 엄청난 선수라는 것을 체감했다. 같은 선수로서 그런 깊이를 봤을 때 “정말 힘든 상대구나” “이래서 강한 선수들도 (최)성원이 형을 힘들어 하는구나”를 느꼈다. 사실 4강전 6세트 9:14가 됐을 때는 내려놨다. 기회가 온다면 한 큐에 끝내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된 순간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준결승 끝나고 쉬는 시간이 길지 않았는데.
=몸이 방전됐다. 밥을 먹지 못할 정도였다. 빵과 이온음료를 먹고, 정신을 차리려 냉수 샤워를 했다. 자다 일어난 듯한 멍함 때문이었다. 그만큼 최성원 선수가 나를 괴롭혔다. 하하. 한번 더 하라면 못할 것 같다. 만약 숙소에 계속 있으면 퍼질 것 같아, 곧바로 나왔다. 외부에 있으면서 정신을 차렸다.
▲우승 소감에서 아버지를 언급했는데.
=작년에 담도암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께 꼭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다.
▲4년만에 슬럼프를 극복했는데, 장기간이었다. 고비가 많았을텐데.
=그럴 때마다 대회 때 동고동락하는 이상대 김임권 선수에게 “나는 큐스쿨은 안 갔어” 하고 자랑하면서 위안했다. 그간 너무 힘들었다. (엄)상필이 형이 알려준 큐질이나 연습 루틴을 1년4개월 동안 갈고 닦았다. 사실 완성하진 못했지만 몸에 익숙해진 부분은 있다. 오늘 결승때도 지고 있을 때 (엄)상필이 형이 해준 말을 상기하면서 쳤다. 지금은 옛날과 과거 모습이 반반 정도가 된 것 같다.
▲딸들이 아빠가 무슨 일 하는지 잘 모른다고.
=큰 딸(서연 양)은 10살, 작은 딸(민아 양)은 7살이다. 큰 아이는 당구 선수라는 걸 아는데, 둘째는 “아빠 당구 쳐” 이렇게만 말해 준다. 제가 그간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빠가 당구를 치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 항상 이기면서 살 수는 없는 거야” 하고 이야기해준다. 오늘도 최성원 선수와 치기 전에 떨렸다. 아이들에게 미리 “최성원 선수와 경기 하는데, 질 수도 있으니까 울면 안 돼”라고 했다. 그런데 큰 아이가 이기고 나서 울더라. “아빠가 이렇게 당구를 힘들게 치는구나 하고 감동받았다”고 하더라. 둘째는 마냥 지루해했다. 하하.
▲이번 시즌 스스로 기량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해가 갈수록 성적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스트로크나 자세가 잡혀 간다는게 느껴졌다. 이번 투어에서 오히려 세미 사이그너 선수와 칠 때 마음이 편했다. 거물급 선수와 경기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더라.
▲팀리그 방출 후 마음고생 심했을텐데, 또 이번 우승 계기로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은데.
=팀리그 출범 이후 모든 선수들이 팀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거였다. 지금이야 적응하고 안정됐지만. 당시 김갑선 선수와 혼합복식을 뛰었는데 그게 더욱 늪으로 빠지는 상황이 됐다. 지금은 팀리그 뛰게 된다면 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사실 여자 선수 전력이 강한 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때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김갑선 선수가 서운해 할 수도 있을텐데.) 얼마 전 (김)갑선 누나와 통화를 했다. 누나가 “나 데리고 어떻게 뛰었니. 지금 애들 하는 거 보니 너는 정말 대단했다”고 말하더라. 하하. 팀리그는 불러만 주신다면 어디든 열심히 하겠다.
▲반짝 우승이라는 말을 꺼냈는데.
=지금은 잃을 것도 많이 잃었고, 상처도 많이 받았고, 많이 아물기도 했다. 체력만 조금 더 키우면 앞으로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 최성원 선수와 치면서 큰 도움이 됐다. 시합 전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 많이 했다. 보통 경쟁 상대와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데, 이번 교류로 최성원 선수가 정말 대인배라고 생각했다. 4강 1경기에서 위마즈와 노병찬 경기를 함께 봤다. 위마즈 선수가 세트포인트, 노병찬 선수가 10점 차이가 났는데, 최성원 선수가 “저거 조금만 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말을 하더라. 그때 “이 사람은 최고다”라고 생각했다. 경기 하면서 팬이 됐다. 4강 후에 얘기 나눌 때는 “형님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랬더니 “우승해라 파이팅 할 수 있어”라고 해주셨다.
▲비슷한 처지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PBA 1부투어 선수들은 정말 잘 치는 선수들이다. 만일 유명한 선수와 경기할 때 상대를 크게 인식하면 안될 것 같다. 저는 강호들을 많이 이겨봤는데, 팔라존 선수를 이겨보지 못했다. 상대가 ‘강호’라는 인식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언제든 자신이 우승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본인 성적을 의심하는 순간 흐트러진다. 저도 “내가 최고다”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정신적으로 많이 도움됐다. 1부 선수는 모두 우승 후보다.
▲첫 우승과 이번 우승 중 어떤 우승이 더 뜻 깊은지.
=처음에는 PBA가 정말 쉬운 줄 알았다. 2차투어 끝난 후에 “할 만하다” 싶었고, 3차투어에서 우승했다. 그 이후 내려갔다. 이후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저는 성격이 단순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시합에서는 예선도 힘들었고, 사이그너 선수와의 경기 등을 복기해보면 제 자신이 조금 자랑스러울 만큼 잘 했다. 이번 우승이 더 뜻깊다.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된 것 같은가.
=큰 딸이 학교 가면 “우리 아빠가 우승했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한다고 하더라. 자랑스럽게 “우리 아빠 프로당구선수야”라고 얘기한다고 하더라.
▲상금은 어디에 쓸 예정인지.
=코로나19로 많이 어려웠는데,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갚고, 도와 주셨던 분들께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
[준우승 비롤 위마즈]
▲경기 소감은.
=이번 투어에서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덕분에 아주 좋은 경기를 했다. 절대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준결승과 결승전은 힘든 경기였다. 결승에선 최원준 선수가 너무 좋은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이 저에게 압박으로 다가왔다. 한 세트를 내주고 제가 다시 2:1로 역전했을 만큼 컨디션이 좋았지만, 최원준 선수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
▲여자부에서 최혜미 선수가 우승했다. 같은 팀(웰컴저축은행)으로서 동반 우승 욕심이 났을 것 같은데.
=결승에 오르면 이길 확률이 반반이다. 이번 투어에선 컨디션이 너무 좋았지만 앞서 말한 확률로 인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못했다. 우선 앞서 LPBA대회에서 우승한 최혜미 선수가 우승한 것은 팀원으로서 매우 자랑스러웠다. PBA에서 타이틀을 따는 건 정말 어렵다. 이번 시즌 6개 투어 우승자가 모두 달랐는데, 이는 PBA의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은 한 끝 차이다.
▲PBA투어 5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실력을 평가하자면.
=한국 선수 점점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한국 선수들은 강했다. UMB(세계캐롬연맹)의 세계선수권이나 3쿠션월드컵 같은 대회는 쿼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나와서 경쟁할 수 없다. 하지만 저는 이미 얼마나 많은 한국 선수들이 훌륭한 선수인지 잘 알고 있다. 쉽게 말해 근처 당구장에만 가도 플레이어들이 정말 강하다. 한국 선수는 점점 기량이 좋아지고 있고, 지금도 강하지만, 원래 강했다.
▲초반 세 시즌 이렇다 할 성적을 못내다 지난 시즌 우승한 후, 올해는 두 번째 결승이다. PBA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한 듯 한데.
=그렇다. 점점 PBA 무대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PBA시스템(세트제, 뱅크샷 2점제, 승부치기)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너무 어려웠지만, 많이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시스템들은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라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질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개인적으로는 계속해서 PBA 무대에 적응해가고 있고, 이제 익숙하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여보, 지금 회사 관두면 큰 일나요”…한국人 55세 은퇴하면 벌어지는 일 [언제까지 직장인] -
- “대게가 반값, 이번 기회에 실컷 먹어볼까”…이마트 창립 30주년 할인전 - 매일경제
- 금값 폭등하고 달러값 떨어지고 왜…내년초에 대체 무슨 일 있길래 - 매일경제
- 귀농한 아버지 두고 산악회서 불륜하는 엄마…“어찌하리오” - 매일경제
- 주가 450% 올랐는데 더 오른다고?…매출 급증 중인 ‘이 종목’ - 매일경제
- “분양할땐 고객님, 입주할땐 남일이냐”…공사장 멈춘 이 아파트 어디? [매부리레터] - 매일경
- “푸바오 가족 또 일냈다”…타임 ‘올해의 100대 사진’ 선정, 국내 유일 - 매일경제
- 주말에 전기차 쓰려다 날벼락 맞았는데…LG전자가 내놓은 해법은 - 매일경제
- "K배터리 주가 오히려 싸다 … 전해액 주목하라" - 매일경제
- 정우영, 스타들 집결한 사우디축구에서도 반짝인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