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접속’‘건축학개론’ 만든 로맨스 명가의 신작 ‘싱글 인 서울’

백수진 기자 2023. 11.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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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벌써 곳곳에서 캐롤이 들리기 시작하는데요. ‘그 영화 어때’ 24번째 레터로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보기 좋은 로맨스 영화를 들고 왔습니다. 배우 이동욱·임수정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영화 ‘싱글 인 서울’입니다.

한동안 히어로와 주먹질, 유혈 사태가 난무했던 극장에 로맨스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30일’’달짝지근해: 7510′ 같은 로맨스 영화가 불황 속에서도 약진하고 있죠. 최근 ‘30일’을 봤다는 한 후배는 “소개팅남과 볼 게 마땅치 않아서 봤다”고 하더군요.

그 얘길 듣고 문득, 요즘 인기있는 데이트 장소가 궁금해졌습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미혼 남녀가 선호하는 크리스마스 데이트 장소는 1위 맛집·카페, 2위 호텔, 3위 집, 이어서 고급 레스토랑, 바다·산·호수 등 야외, 공연장, 영화관, 전시회 순이었다네요. 영화관이 이렇게 뒷순위일 줄이야. 자칫하면 올해는 전시회에도 밀릴 수 있겠단 위기감이 듭니다.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은 혼자 봐도, 둘이 봐도 공감하면서 볼만한 현실적인 로맨스물입니다. 남녀 주인공 영호(이동욱)와 현진(임수정)은 책과 인스타그램의 거리만큼이나 먼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현진(임수정)은 인쇄된 종이를 손으로 넘겨가며 오타가 없는지 확인하는 출판사 편집장, 영호(이동욱)는 온갖 취미 생활을 인스타그램에 전시하는 파워 인플루언서죠.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 영호는 편집자인 현진과 함께 한 권의 책 ‘싱글 인 서울’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잘 나가는 논술강사인 영호는 화려한 싱글의 표본, 싱글의 로망을 총집합한 캐릭터입니다.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시크한 인테리어의 집에 카메라와 LP, 드립 커피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잔뜩 모아놓고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한 인물이죠.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싱글이 답이다”처럼 솔로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사와 재치있는 유머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습니다.

보기에는 편해도, 만들긴 쉽지 않은 장르가 로맨스입니다. 시사회가 끝나고 임수정 배우는 “현실에 붙어 있는 리얼함과 관계가 진전되면서 오는 심리 변화를 동시에 표현해야 하다 보니 배우로서 로맨스는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베테랑답게 이동욱, 임수정 배우는 자칫하면 오글거릴 수 있는 대사도 사랑스럽게 소화해냅니다.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오프닝부터 인쇄소에서 종이에 활자가 찍혀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책의 물성(物性)을 낭만적으로 그립니다. 책 만드는 사람들의 책에 대한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을 더 로맨틱하게 느껴지게 하는데요.

기획의 출발엔 ‘접속’’건축학 개론’을 만든 로맨스 명가 명필름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공동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사무실을 오가며 주변의 출판사들을 눈여겨봤다고 합니다. 심 대표는 “전 세계에 유례없이 책을 만드는 회사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이 특별한 공간을 멜로 드라마에 녹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LP를 수집하는 영호의 집엔 ‘접속’의 LP판도 깜짝 등장합니다. 저작권 문제를 걱정할 필요 없는 ‘접속’ 포스터로 LP판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1997년 ‘접속’이 당대의 첨단(?) 기술이었던 PC 통신을 소재로 한국 멜로의 새 시대를 열었다면, 2023년 ‘싱글 인 서울’은 책이라는 오래된 매체로 회귀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접속’처럼 신선하거나 파격적이진 않지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무해하고 편안한 영화입니다.

주요 배경이 되는 출판사 씬도 파주에 있는 명필름 아트센터에서 촬영했습니다. 이곳 지하 1층엔 영화관도 있으니 뻔한 데이트 코스에 질린 커플들에게 연말 데이트 장소로도 좋을 것 같네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1월, 설레는 마음으로 첫눈을 기다리는 이 시기야말로 로맨스의 제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에 또 다른 영화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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