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훈구대신 386 어른들

남궁창성 2023. 11.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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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구파가 있다.

세조의 왕위 찬탈 이후 여러차례 정변이 있었다.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했다. 하늘의 뜻이 이미 떠났다. 민심도 이미 이반됐다. 벌레가 백 년 동안 속을 갉아먹어 진액이 말라버린 거목과 같다. 사방을 둘러봐도 손쓸 곳이 없다. 낮은 벼슬아치는 시시덕거리면서 주색만을 즐긴다. 높은 벼슬아치는 어름어름하면서 재물만을 늘린다. 물고기 배가 썩어 들어가는데도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나라를 좀먹은 벌레가 훈구파였다.

386이 훈구파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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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구파가 있다. 세조의 왕위 찬탈 이후 여러차례 정변이 있었다. 권력에 충성한 신하들이 공신에 책봉됐다. 공신전과 노비들이 하사됐다. 왕실과 혼맥을 이어가며 권귀화됐다. 부패한 고려 귀족사회를 뒤엎고 조선을 창업했던 신진 사대부들이 스스로 권문세가를 이루며 군림했다.

한명회(韓明澮·1415~1487년)가 있다. 단종애사 계유정난의 설계자다. 공신에 네 번 책록됐다. 벼슬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이르렀다. 세조와 사돈이요 예종과 성종의 장인이었다. 권력의 정점에서 왕실을 능멸하기도 했다.

사관은 이렇게 평했다. “10년 사이 벼슬이 정승에 이르렀다. 권세가 매우 성하여 따르는 자가 많았다. 재상들이 그 문하에서 많이 나왔다. 관리로서 그의 채찍을 잡는 자도 있었다. 번잡한 것을 좋아하고 과시하기를 기뻐했다. 재물을 탐하고 색을 즐겼다. 토지와 노비, 보화 등 뇌물이 쌓였다. 집을 넓게 점유하고 첩을 많이 두어 호사와 부귀가 하늘을 찔렀다.”

남명 조식(曺植·1501~1572년)이 명종 10년(1555년) 사직소를 올렸다.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했다. 하늘의 뜻이 이미 떠났다. 민심도 이미 이반됐다. 벌레가 백 년 동안 속을 갉아먹어 진액이 말라버린 거목과 같다. 사방을 둘러봐도 손쓸 곳이 없다. 낮은 벼슬아치는 시시덕거리면서 주색만을 즐긴다. 높은 벼슬아치는 어름어름하면서 재물만을 늘린다. 물고기 배가 썩어 들어가는데도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나라를 좀먹은 벌레가 훈구파였다. 37년 뒤 왜군의 칼날에 백성들은 도륙됐다.

386이 훈구파를 닮았다. 민주화에 앞장섰다며 완장을 차고 권력과 부, 명예까지 누린지 어언 30년이다. 누구는 뇌물로 공직에서 물러나고 누구는 성비위로 감옥을 오가며 이름을 더럽혔다. 60대 ‘늙은 놈’으로 전락한 386이 50대 호민관에게 ‘어린 놈’ 운운하며 추문을 덮으려고 한다.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 없다. 영화 속 대사가 뇌리를 스친다. “이제~. 좀. 꺼져줄래?”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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