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총 1.5조 기업 첫 분기 매출 3억… ‘뻥튀기 상장’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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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1조5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 회사) 파두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3분기 매출이 3억 원이 조금 넘는다는 사실이 지난주 공개된 뒤 이틀 만에 주가가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기술력 등 미래가치를 높이 평가해 상장의 문턱을 낮춰주는 기술특례 상장 제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새로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벤처)의 출현도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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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는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저장장치(SSD) 컨트롤러 설계에 특화된 기업이다.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8월 초 코스닥에 특례 상장됐다. 메타(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납품한 실적까지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다. 기업공개 당시 예상된 올해 매출은 1200억 원. 하지만 상장 후 첫 공시에 나타난 3분기 실적은 3억2000만 원의 매출, 344억 원의 영업 손실이었다. 다음 날 주가는 30% 폭락했고, 그다음 날도 20% 넘게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전 분기인 2분기 매출도 5900만 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상장 직전인 7월 나온 투자설명서에는 176억6000만 원인 1분기 실적까지만 포함됐다. 파두와 기업공개 대표 주관사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 한국투자증권 등이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실적이 악화될 걸 예상하고도 숨긴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파두 측은 “예상을 뛰어넘은 SSD 시장 침체,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과 무더기 발주 취소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하지만 사모펀드 등 일부 투자자가 이번 실적 공개 전에 지분을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를 본 개미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분노했다.
파두 사태는 한국 기업공개 시장의 고질인 기업가치 부풀리기의 심각성을 드러낸 사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국 증시의 정상적인 기업들까지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기술력 등 미래가치를 높이 평가해 상장의 문턱을 낮춰주는 기술특례 상장 제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새로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벤처)의 출현도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무너진 기업공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내는 한편 제도의 허점을 찾아내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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